印尼 「물가폭등」 유혈극…軍동원 비상경계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인도네시아 동부 플로레스섬에서 8일 생필품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폭동이 발생, 주민 1명이 숨지고 일부 상점이 불탔다고 현지 경찰과 한국교민들이 9일 전했다. 플로레스섬 엔데시의 한 전화교환원은 “8일 오후 수백명이 주요 상가 지역의 상점들을 습격했다”며 “중심가 상점 일대가 불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7일에 이어 8일에도 화교상점이 시위대의 주요 공격대상이 됨에 따라 공포에 질린 수백명의 화교가 헌병대와 경찰서에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대량실업과 물가앙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와 폭동이 잦아지긴 했으나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어서 인도네시아 전역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한국교민들은 “최근 들어 일부 지방도시에서 시위와 약탈, 폭동이 잇따르고 있다”며 “아직 조직화된 정치적 시위는 많지 않으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라마단(금식월)기간이 지난주 끝나 앞으로 돌출적인 시위나 과격한 집단행동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정부는 7일부터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한 군치안조직(ABRI)과 경찰 등 병력 2만5천명을 자카르타 일대에 배치, 소요사태에 대비한 비상경계에 들어갔다. 군부는 소요사태 등에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불러온 수하르토대통령(76)의 실정에 대한 규탄과 32년에 걸친 장기집권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정치권의 앞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점차 늘고 있으며 영자지 자카르타포스트는 7일 수하르토의 하야를 주장하는 사설을 실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시민들은 3월10일 있을 대선에서 수하르토가 7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면서도 언론의 ‘하야’ 요구 등 종전까지 상상할 수도 없던 변화에 놀라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뽑는 1천명의 국민협의회 의원 중 친 수하르토 성향이 90% 가까이여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민은 “대선때까지의 상황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그의 연임이 안정을 불러올지, 사회혼란을 촉발할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정동우특파원·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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