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허용]외환위기 타개『得』 國富유출『失』

입력 1998-02-04 19:42수정 2009-09-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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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한명이 이사회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취득할 수 있는 국내회사 지분율이 33.3%로 늘어남에 따라 기업 오너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받게 됐다. 특히 다른 재벌그룹의 도움으로 근근이 경영권 도전세력을 물리쳐왔던 대그룹 계열사들도 이제는 ‘공정한 게임의 룰’과 막대한 자금력을 내세운 외국인들을 상대로 버거운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전면허용은 기업주에게는 목에 칼이 들어오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재계 전체로는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다는 의견이다. [외국인 M&A허용의 득실] ▼득〓당장 외국자본을 들여와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직접적인 효과다. 비싼 금리를 주고 해외에서 달러를 차입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경영행태가 크게 개선될 전망. 개인재산 불리기만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들은 철퇴를 맞게 되고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이 일반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프론티어M&A 성보경(成保慶)사장은 “M&A시장이 활성화되면 대주주가 편법으로 회사의 재산을 빼돌리거나 2세에게 상속하는 관행이 더이상 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부작용도 적지 않다. 원화가치가 폭락(환율상승)한 상태에서 주가마저 낮아 제값을 받지 못하고 국내 초우량회사들을 외국인에게 내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또 아시아M&A 조대표는 정작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고 M&A위협을 통해 차익을 챙기려는 ‘그린메일링’을 경계한다. 그는 “미국처럼 그린메일링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단기 핫머니가 판을 쳐 막대한 국부(國富)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공방 펼쳐진다] ▼기업사냥 대상〓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종목당 50%로 늘어난 지난해 12월 이후 외국인들이 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한 국내 상장회사는 모두 20개. 대부분은 일반인들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자금이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가 동양에레베이터의 주식을 9.6% 사들이는 등 단순한 투자로 보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합작사를 빼고도 주택은행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30개 상장사의 경우 외국인지분 합계가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을 훨씬 넘어섰다. ‘10% 이상 취득시 이사회 사전승인제’가 폐지돼 외국인들은 그동안 사모은 지분을 합치기만 해도 국내 대표기업들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된 것. 특히 30대그룹 상장 계열사의 내부 지분율이 평균 26%이므로 사실상 국내 회사들은 외국인들의 ‘기업사냥’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방어전략〓가장 보편적인 것이 자기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 실제로 최근 LG전자와 이건산업은 M&A에 대비, 대주주 지분을 4∼5%가량 확대했다. 그러나 한 상장회사의 재무담당 임원은 “주식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어 자사주 매입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이사진의 임기를 분산시키고 정관에 ‘스톡옵션’규정을 마련, 직원들에게 보너스 대신 새 주식을 주는 것도 M&A 방어전략이 될 수 있다고 권한다. 궁극적으로는 주주중시 경영으로 일반주주들의 주식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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