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유혈극 악화…평화협상 먹구름

  • 입력 1997년 12월 29일 20시 20분


북아일랜드의 신교도 무장조직인 왕당파자원군(LVP)은 지도자 빌리 라이트(37)가 27일 구교도측에 의해 살해된 직후 구교도들에 대한 보복공격에 나서 토니 블레어 노동당정권 집권 이후 급진전을 보였던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LVP는 28일 성명을 통해 전날 벨파스트 서부 던개논시 구교도 거주구역내 호텔 경비원 총격 사건은 자신들이 벌인 것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수주일내로 공격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라이트는 「왕쥐」(킹 랫)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악명높은 신교도 무장조직지도자로 지금까지 수십명의 구교도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살해위협 등의 죄목으로 8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었다. 영국의 모 몰렘 북아일랜드담당장관은 이번 사태로 북아일랜드가 위험한 시기를 맞게 됐다고 우려하면서 신구교 양측에 폭력행위 중단을 호소했다. 북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정치조직인 신 페인당 대표 마틴 맥기니스도 구교도들에게 동요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이번 사태가 평화협상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북아일랜드 유혈분쟁은 17세기 영국이 가톨릭국가인 아일랜드섬을 강제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49년 아일랜드가 독립했으나 영국에서 이주한 신교도들이 집단거주하고 있는 북쪽 6개주는 북아일랜드라는 이름으로 영국 잔류를 결정했다. 이후 북아일랜드의 구교도들은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요구하며 IRA를 중심으로 요인 암살 및 테러 등 격렬한 독립투쟁을 벌여왔으며 신교도들도 이에 대항, 피의 보복을 계속해왔다. 그러다가 94년10월 IRA의 일방적인 휴전선언으로 북아일랜드의 평화 분위기가 고조됐으며 금년 5월 집권한 블레어 노동당 정권이 10월 사상 처음으로 신 페인당이 참석하는 평화협상을 개최, 평화정착을 위한 논의가 구체화했다. 그러나 라이트의 살해 사건이 평화협상에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던 신구교도 강경파들에게 빌미를 제공, 어렵게 성사된 평화협상에 암운을 던지고 있다. 〈정성희기자·벨파스트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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