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연초에 비해 30% 가량 급등하면서 우리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이려는 외국기업 및 투자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진출한 외국투자가들이 증시폭락과 환차손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반면 이제 막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투자가들은 비싼 달러화로 알토란같은 우리기업들을 싼값에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생활용품업체인 미국의 프록터 갬블(P&G)사는 최근 2천7백억원대의 자산을 가진 국내 굴지의 제지업체 쌍용제지를 단돈 8백1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연초 같으면 1억달러가 소요될 것이었지만 매입시기를 늦춘 덕택에 약 2천만달러를 남기고 약 8천만달러만 치렀다.
가수 마이클 잭슨이 쌍방울의 무주리조트에 지분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연봉 수백만달러를 받는 변호사 등 고급정보에 밝은 전문가들을 대동한 잭슨은 쌍방울의 요청을 쾌히 수락하고 조만간 실사팀을 보낼 예정이다.
우리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자산도 외국투자가들 사이에선 「노다지」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8%)을 지키기 위해 출혈매각도 마다않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은행은 최근 조흥은행이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시 지원했던 5억3천만달러의 대출자산을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미특수강의 캐나다법인인 아트라스공장의 경우에도 제일은행 상업은행 등 국내은행이 보유한 1억6천만달러의 신디케이트론 자산이미국계 증권회사의 수중에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자본들이 한국물(物) 매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우리경제의 기초여건이 비교적 튼튼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조만간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94년 말 통화위기를 겪었던 멕시코의 경우 IMF의 구제금융 후 상당수 유망기업들이 미국자본에 넘어갔었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