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권시장이 지난주 월요일(27일)의 세계증시 폭락사태때 큰 일날 뻔했다.
20억달러를 들여 교체한 첨단컴퓨터가 이날 첫 시도에서 사상최대의 거래물량을 감당하지 못했다면 대공황때나 10년전의 블랙먼데이때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다행히 2년전 시스템 설계 당시 컴퓨터의 처리용량을 넉넉히 설정했기 때문에 이번에 기록적인 거래물량을 아슬아슬하게 처리했다고 그 뒷얘기를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95년말까지만 해도 뉴욕증시의 컴퓨터는 하루 평균 거래물량인 5억2천여만주 정도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로서는 사상최대치였던 6억8천만주를 처리하면서 두번이나 컴퓨터가 정지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후 증시당국은 즉각 설비개체를 시작했다. 증권거래소측은 당초 최대처리용량을 10억주로 확대하려 했으나 후일을 대비해 20억주로 했다. 만일 이때 컴퓨터의 용량을 10억주로 했었다면 지난달 27일의 12억 주거래를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날 불과 몇초라도 컴퓨터가 정지됐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컴퓨터는 처음 시도된 최대규모 거래를 무난히 처리했다. 뉴욕증시와 달리 물량이 훨씬 적은 나스닥증시의 컴퓨터는 이날 폭발적인 거래주문에 체증이 걸리면서 시세를 한번 확인하는데도 90분씩이나 걸려 고객들을 애태웠었다.
뉴욕이 자랑하는 이 첨단 전산시스템은 대형냉장고 4백50대 크기의 병렬식 컴퓨터로 이루어져 있다. 또 광케이블 3백20㎞가 주요객장과 컴퓨터를 연결해 주고 있어 고객주문이 즉각 뉴욕증시에 전달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8천회선의 전화와 시세를 알려주는 5천개의 전광판이 이 컴퓨터와 연결되어 미국전역의 주문을 처리하거나 투자자에게 동시간대 시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4천5백㎞나 떨어져 있는 캘리포니아의 투자자가 뉴욕증시에 주문을 내 주식을 사거나 팔 때 걸리는 시간도 22초에 불과하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데는 1천1백t규모의 냉방설비가 요구되고 전기 사용량도 시간당 3천5백㎾(일반가정 2천가구분)에 달한다.
미래를 내다본 뉴욕증시의 설비투자는 이번 사태 한번으로도 투자비를 톡톡히 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