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포 초청사기]빚에 쫓겨 집떠나 유랑걸식

  • 입력 1997년 10월 31일 20시 14분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가 사기범들에게 걸려 돈과 시간과 조국애를 모두 잃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된 조선족 초청사기사건 피해자들의 아픔은 사건이 알려진 지 1년이 지났어도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빚쟁이와 생활고에 쫓겨 떠돌이 생활을 하는 등 비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등 중국동북3성 사기피해자 연합회(회장 이영숙)에 따르면 울화병과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로 인한 병고 생활고 등으로 숨진 조선족만도 1백18명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이들 피해자의 비참한 실상을 상세히 보도했던 동아일보사는 피해 조선족을 돕기 위해 96년12월부터 금년 2월까지 독자들이 보내온 성금 1억7천5백59만8천7백78원(이자 포함)을 10월30일 주한 중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성금을 전달받은 자오나이쯔(焦乃智) 주한 중국총영사는 『피해 조선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준 동아일보와 이들을 돕기 위해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자오총영사는 또 『성금을 전달받을 피해 조선족들은 금액은 적지만 한국민과 동아일보에 두터운 정을 느낄 것이며 큰 용기를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기피해자연합회에 따르면 사건발생후 최근까지 사기범이 한국 사법당국에 의해 적발돼 배상한 금액은 약 4백만위안(약4억원)에 불과하다. 중국정부측이 추정하고 있는 전체 피해액수 수억위안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선양(瀋陽)의 사기피해자 장익화씨는 『대부분 한족(漢族)인 채권자들은 연말에 빚을 갚는 중국 풍습을 내세워 폭행은 물론 심지어 살인까지 하는 등 온갖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회에는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기막힌 사연들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잇따르고 있다. 룽징(龍井)의 허명철(許明哲)씨 부부는 4만위안을 사기당한 뒤 빚쟁이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몸이 상했고 옌지(延吉)의 김광휘(金光輝)씨는 집을 빼앗기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데다 암에 걸린 상태에서 행상으로 연명하고 있다. 사기피해자연합회측은 생활고와 빚독촉을 피해 나온 조선족을 보살피기 위해 옌볜(延邊) 조선족자치구에 「피난처」 13개소를 개설, 2백여명의 피해자를 돌보고 있지만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 새로운 피난처를 마련키 위해 베이징(北京)을 찾은 배동걸(裵東杰)피해자협회 사무국장은 『동북 3성에서 되도록 먼 곳을 알아보고 있으나 어딜가든 돈이 큰 문제』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들은 『조선족에게 취업문호를 확대키로 한 한국정부 방침이 조속히 실시되는 것이 피해 조선족을 근본적으로 구제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수진기자·베이징〓황의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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