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무역분쟁「위험수위」…해운-자동차등 마찰음 커져

  • 입력 1997년 10월 26일 19시 37분


미국과 일본간의 무역분쟁이 심상치 않다. 양국의 무역마찰은 해묵은 것이기는 하지만 올들어 미국의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커지면서 곳곳에서 더욱 큰 마찰음이 들려오고 있다. 현재 미일 양국간에 마찰이 이는 분야는 해운과 슈퍼컴퓨터 필름 자동차 사과 등 다양하다. 미국은 「사전협의제」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미국항구를 드나드는 일본 화물선에 척당 10만달러씩 과징금을 부과했고, 일본이 과징금 납부를 미루자 일본 선박의 미국항 입항 금지 및 억류라는 초강경 보복조치를 추가했다. 일본이 제재조치 발효 직전 항만하역제도 개선을 약속함으로써 가까스로 파국은 면했으나 부과된 과징금 납부 문제와 항만하역 제도의 개선을 둘러싸고 분쟁이 재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은 또 NEC사 등 일본 컴퓨터회사의 슈퍼컴 수출에 대해서도 덤핑판정을 내려 일본 제품의 수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정부는 코닥사가 일본 필름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이유로 제기한 이의도수용,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밖에도 미국 항공사의 일본 국내 취항문제를 둘러싼 항공분쟁과 미국산 사과의 일본 수출 문제가 걸린 사과분쟁, 일제 자동차의 대미수출 급증에 따른 자동차 분쟁도 만만찮은 현안이 되고 있다. 미일 무역분쟁이 다시 가열되는 배경에는 양국간의 뿌리깊은 무역역조 문제가 깔려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대해 「만년 적자국」인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액은 올들어 8월말까지 2백50억달러.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5%나 증가했다. 엔화약세에 따른 일제 자동차 컴퓨터 등의 수출증가가 주원인이다. 미국은 70년대엔 미국내 산업보호를 위한 수입규제에 치중했으나 80년대이후에는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일본시장 개방요구 쪽으로 초점을 옮겼다가 요즘은 수출입 양쪽에 걸친 압력을 병행하고 있다. 미일 무역마찰은 중장기적으로 볼때 외교적으로도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고 양국정부 모두 충돌을 원치 않아 열전(熱戰)이 벌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경기가 하강기로 접어들 경우 대일 감정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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