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 월街의 황제로…美최대규모 증권회사 전격인수

  • 입력 1997년 10월 5일 20시 26분


웨일
『미국 뉴욕의 월(Wall)가는 하룻밤새 웨일(Weill)가로 바뀌었다』 최근 미국 최대 증권사중 하나였던 살로먼 브라더스사의 전격인수를 발표한 샌포드 웨일 트래블러스 그룹회장(64)의 막강해진 영향력을 두고 월가에서 떠도는 말이다. 실제 90억달러라는 월가 사상 두번째 거액이 동원된 이번 인수로 트래블러스 그룹은 총자산 5백50억달러로 미국내 가장 막강한 금융기업으로 부상했다. 새로 탄생한 살로먼 스미스 바니사 역시 자본금 2백78억달러로 모건 스탠리 딘 위터 앤드 디스커버(3백30억달러) 메릴 린치(3백25억달러)와 나란히 미국의 3대증권사가 됐다. 웨일 개인으로선 대학을 졸업한 뒤 사환으로 월가에 발을 들여놓은 폴란드 이민2세로서 마침내 증권계의 최정상에 올랐다. 증권사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은 웨일은 27세부터 친구들과 사업에 착수, 명석한 정보분석력으로 경영난에 빠진 중소증권업체들을 인수해 시어슨 로엡 로드즈라는 금융서비스업체를 구축했다. 그리고 웨일은 자신이 알토란처럼 키운 이 업체를 81년 9억3천만달러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팔아넘겼다. 이와 함께 웨일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2인자 자리로 들어갔다. 정상을 코앞에 둔 웨일에게는 그러나 한없는 추락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권없는 2인자로 맴돌기만 하던 웨일은 결국 85년 제임스 로빈슨 회장과 정면충돌한 뒤 뛰쳐나왔다. 이곳저곳에 최고경영자 이력서를 들이밀었으나 문전박대만 당했다. 결국 웨일은 본업인 「부실기업 살리기」에 다시 뛰어든다. 86년부터 도산위기에 빠진 금융사들을 헐값에 인수해 비용절감과 구조개혁을 통해 트래블러스 그룹을 일궈낸 웨일은 93년에는 보란듯이 12억달러를 주고 시어슨사를 되찾아왔다. 창업 10년이 지난뒤 트래블러스의 주식평가액은 창업초에 비해 10배가 뛰었다. 살로먼사의 인수는 웨일의 꿈의 완성이 아니라 그 발판에 불과하다. 웨일이 실제 시장평가액의 1.7배나 주고 주식을 사들인 데는 살로먼의 23개 해외영업지점을 통해 해외금융가까지 평정해 세계최대 금융서비스회사를 일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권재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