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이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한 것은 벌써 한달도 더 된 일이라고 한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카터 전대통령이 지난주 초청편지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북한의 유엔대표부 김형우 대사로부터 초청의사를 전달받은 것은 이미 40여일 전의 일』이라고 전했다.
이런 시기가 중요한 것은 카터방북이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얼마나 연관돼 있는지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달 이전에 초청의사를 전했다면 북한 장승길대사의 망명이나 16일 미국내 북한 자산동결을 해제하기 위한 채권조사와 같은 북―미관계의 급진전과도 무관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평화의 사절」로 불리는 카터를 초청, 식량난을 직접 확인케 함으로써 국제적인 식량원조 분위기를 높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보고 있다. 동시에 김정일이 권력승계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하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카터방북은 아직까지 미국의 어떤 인사도 김정일을 면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북―미관계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카터는 북―미관계의 진전이 남북관계와 조화, 병행돼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의식하기 때문에 남북관계에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갖고 돌아와야 할 부담이 있다. 94년 6월 방북때 김일성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제의를 받아왔듯이 이번에도 남북관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제안을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품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카터도 자신이 북한을 방문하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실질적인 방문목적을 갖고 갈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이를 시사한다.
다만 북한이 김영삼(金泳三)정부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점은 카터방북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따라서 김정일은 한국의 새 정부를 상대로 하는 대화의 준비를 위해 카터를 초청했는지 모른다는 풀이도 가능해진다.
요컨대 김정일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대남 또는 대미 외교공세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