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결과가 없더라도 남북한 대표가 계속 만난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진전이다』
18일 뉴욕에서 시작된 2차 예비회담에 참석중인 한국대표단은 회담전망을 낙관하지 못하면서도 표정들이 밝다. 몇개월 전 『북한이 시간만 끌면서 식량확보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어 예비회담은 두번 이상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관계자들이 이번에는 『상황에 따라서는 3차 예비회담이 있을 수도 있다』는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4자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그동안 북한측과 네차례 만난 결과 이미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예상과 달리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 여론 때문에 마지못해 4자회담에 끌려 나왔다면 장승길 주이집트북한대사의 미국망명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북한은 몸이 단 찰스 카트먼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가 베이징(北京)으로 날아가 설득작업을 시작했을 때 이미 대표단을 출발시키는 등 예정대로 예비회담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북한의 적극적인 행동이 4자회담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확신했기 때문인지, 회담을 주한미군철수 북―미평화협정체결 등을 위한 논쟁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한미 양국은 일단 고무적인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북한이 본회담 참석을 전제로 예비회담에 응한 만큼 특별한 돌출변수가 없는 한 북한의 본회담 참석은 확실하며 다만 회담 참석에 따른 반대급부와 참석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뿐』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예비회담이 이미 중국까지 참석하는 국제협상으로 변모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거부하기도 어려워졌다.
이같은 관점에서 16일 이루어진 북―미 양국의 합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인의 대북(對北) 채권조사는 북한의 미국내 자산동결 해제의 전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와 함께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이면에서 누누이 강조한 「4자회담의 이익」이 구체화됐다는 의미를 아울러 갖는다. 동결자산이 풀릴 경우 연락사무소 개설과 운영경비 등을 조달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 4자회담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한다.
〈뉴욕·워싱턴〓이규민·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