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를 소생시키기 위한 역사적인 복구작업이 22일 우주공간에서 펼쳐졌다.
미르에 탑승중인 2명의 러시아 우주인들은 이날 오후 본체 모듈을 떠나 최근 충돌사고 이후 폐쇄됐던 스펙트르 모듈(길이 15m)로 유영(游泳)해 들어가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이 복구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잦은 고장으로 만신창이가 된 미르는 한숨을 돌리게 된다.
우주인들이 3백파운드나 되는 육중한 러시아제 올란 우주복을 입고 조심스럽게 본체 모듈의 해치를 열고 스펙트르로 헤엄치는 모습은 이날 오후 6시5분부터 CNN에 의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CNN측은 패스파인더의 화성착륙 때에 못지않은 엄청난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우주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신감을 보였다.
미르 승무원들의 이번 우주유영은 엄밀히 말하면 우주정거장 내부에서 이루어진 「내부 유영」.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력이 끊어져 캄캄한 스펙트르 안에서 하는 유영이 보통의 유영보다 훨씬 어렵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충돌사고로 부서져 스펙트르 내부에 떠다니고 있을 실험장비의 날카로운 조각에 우주복이 찢길 경우 우주인들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우주인 마이클 포엘(40)은 러시아 우주인들이 작업을 하는 동안 유인우주선 소유스에서 최악의 경우 러시아인들을 싣고 지구로 탈출하기 위해 비상대기했다.
지난 6월25일 7t짜리 화물선 프로그레스가 미르에 충돌한 뒤 차단된 스펙트르의 전력케이블을 연결하는 작업 또한 전례가 없는 우주 최초의 「사건」이다.
모두 10개인 미르의 태양열 전지판 중 스펙트르에 4개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연결작업이 성공해야만 미르는 필요한 전력의 90%를 회복, 생명을 연장하게 된다. 케이블 연결작업을 벌일 주인공은 파벨 비노그라도프(43). 그가 스펙트르에 머무르는 동안 미르의 지휘관 아나톨리 솔로브요프(49)는 연결통로에 머물면서 파벨의 우주복에 산소를 공급하는 10m 길이의 호스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러시아 우주인들이 케이블 연결과 새로 제작한 해치를 설치하기까지는 대략 4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작업이 성공하면 미르 우주인들은 오는 9월3일경 스펙트르 외부에 생긴 3㎝ 크기의 균열을 보수하기 위해 또다시 우주유영을 할 예정이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