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취재 현장르포]『훈센,政敵 무더기숙청』민심 흉흉

  • 입력 1997년 7월 9일 20시 07분


캄보디아 훈 센 제2총리측이 수도 프놈펜을 완전장악한 이틀째인 9일 프놈펜 시내에는 군병력 대신 경찰이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노로돔 라나리드 제1총리측이 바탐방 시엠립 등 지방도시에서 병력을 재집결시켜 반격을 가하자 훈센측부대가 전선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나리드 제1총리관저와 포첸통 공항 등 주요 시설물은 아직도 무장한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하면서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8일에는 제 1총리관저를 취재하려던 호주의 한 기자가 경비병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에는 자동차 통행량이 늘어나고 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도 다시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프놈펜 최대의 재래시장인 센트럴 마켓도 대부분의 가게들이 다시 문을 열었다. 또 야채시장인 올림픽마켓에도 시민들이 70여m에 이르는 시장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다만 전자상가와 고급의류상가 등은 아직도 약탈을 우려한 때문인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내전을 피해 메콩강변의 소피텔과 인터컨티넨털 호텔 등 고급호텔로 몰려와 로비 등에서 새우잠을 잤던 외국인들도 대부분 호텔에서 빠져 나갔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줄이어 떠나고 내전이 지방도시로 확산되면서 언제 또 다시 불똥이 옮아 붙을지 몰라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훈 센측이 정적들을 대량 체포해 처형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사흘간 계속된 내전의 상처는 시내 곳곳에 깊게 남아 있었다. 4층 콘크리트 건물로 프놈펜 시내에서는 비교적 규모가 큰 코사막병원. 이곳 3층 외벽에는 커다란 포탄 구멍이 뚫려 있고 유리창은 대부분 총격으로 부서져 폐가를 방불케 했다. 지난 5일 오후3시 내전이 처음 시작될 당시 훈 센측 병력은 이 병원에 포격을 가한 것이다. 이날 포격으로 입원중이던 환자 등 35명이 숨졌으며 현재도 12명이 입원해 있다. 한편 9일부터 로열 캄보디아 항공 태국항공 등이 운항을 재개하면서 각 여행사에는 외국으로 나가는 표를 구하기 위해 문의하는 관광객 등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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