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집권당 붕괴이유]유권자,장기집권에 염증

  • 입력 1997년 7월 7일 20시 05분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이 68년간의 장기집권 신화를 끝낼 위기에 빠진 이유는 △1당 장기집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 △집권당의 부패 △경제침체 등으로 집약된다. 변화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멕시코 유권자들은 이미 선거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42%가 PRI에는 더이상 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응답하는 등 집권당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군대 및 경찰과 마약조직간의 커넥션, 관료들의 독직등 멕시코 지도층의 부도덕성은 살리나스 전대통령의 형이 부패에 관련돼 구속될 정도로 심해졌기 때문이다. 즉 『도둑과 거짓말쟁이들이 우글거리는 PRI에는 신물이 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민심은 오래전부터 집권당을 떠나 있었다. 경제도 느리게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쳐 민심 이반에 큰 몫을 했다. 멕시코 경제는 80년대 들어 계속 위기를 겪어왔다. 특히 94년 페소화 폭락 등으로 인해 30년대 대공황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를 맞았었다. 이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현재도 물가는 나날이 뛰는 반면 1일 최저임금은 26페소(약 2천8백원)에 불과하다. 사회보장을 위한 재정도 외채상환에 밀려 점점 줄어 PRI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자와 농민의 불만을 초래했다. 94년 취임후 일련의 민주화 조치와 선거개혁을 추진해온 PRI소속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도 역설적이지만 집권당 패배에 일조를 했다. 그가 민주화 조치를 추진하면서 장기집권의 후유증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이번에는 연방 선거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활동, 과거와는 달리 선거에서 부정이 없었던 것도 집권당의 패배를 몰고온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PRI의 패배가 확정될 경우 세디요대통령은 1913년 이후 처음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불리한 환경에서 집권 후반기를 헤쳐 나가게 된다. 〈고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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