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러 안보기본협정 서명]『적대청산 공존』 선언

  • 입력 1997년 5월 28일 08시 01분


냉전시대의 산물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동반시대를 열 NATO―러시아간 「상호관계 협력 및 안보에 관한 기본협정」이 27일 파리에서 조인됐다. 이날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조인된 협정의 역사적 중요성은 서명자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드러난다. 미국의 빌클린턴대통령을 비롯한 NATO 16개 회원국 정상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대통령, 그리고 하비에르 솔라나 NATO 사무총장이 서명의 주역. 행사를 주관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개막사를 통해 『유럽에서 반세기 동안 계속돼온 적대 분열, 이해부족의 시대가 마감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기본협정의 체결로 NATO는 러시아와 대적하지 않고 협력하는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제 유럽의 안보는 「제로 섬 게임」 시대가 아닌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옐친 러시아대통령도 이 협정을 「이성의 승리」라고 평가하면서 유럽평화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환영했다. 9쪽으로 된 기본협정의 핵심은 NATO의 동유럽 확대를 러시아가 용인하는 대신 러시아―NATO 합동위원회를 창설, 안보문제에 대해 양측이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 또 새로 NATO에 가입하게 될 동구권국가에 「핵무기를 배치할 의도도 계획도 이유도 없다」는 분명한 약속과 재래식 전력을 증강하지 않는다는 다짐도 들어있다. 따라서 구소련의 안보 파트너였던 동유럽권 국가들이 NATO에 새로 가입, 냉전시대 주적(主敵)들이 안보 파트너로 변모한다는 「평화의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NATO의 1차 가입국으로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모범적인 민주화 및 시장경제로 이행하고 있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 3개국이 유력하다. 기본협정으로 NATO와 러시아의 모든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이 NATO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옐친대통령은 러시아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독립국가연합(CIS) 소속국들이 NATO에 가입할 경우 기본협정은 무효가 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해 2차 확대는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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