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神政)공화국으로 불리는 이란의 대통령 선거가 오는 23일 실시된다. 지난 8년간 이란을 이끌어온 하세미 라프산자니(63)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이번 대선은 이슬람 강경 보수파 대표 알리 악바르 나테크 누리(54) 현 국회의장 대 온건파와 신좌파 연합을 대변하는 모하마드 하타미(54) 전 문화부장관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당초 2백38명이 후보자로 나섰으나 「혁명수호위원회」의 까다로운 자격심사에 걸려 공식후보는 4명으로 결정됐으며 내용상으로는 강온을 대변하는 두 후보의 2파전으로 귀결됐다.
이란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 위에 정치 종교 군사적 권한을 틀어쥔 최고(종교)지도자가 있어 대통령이 서방국가의 그것과 같은 비중을 지니지는 않는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선거는 이란이 대서방관계를 개선시켜 경제를 회생시키느냐, 이슬람 강경보수파가 고삐를 단단히 죄느냐를 결정짓는 갈림길이라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깊다.
지금까지는 현직 국회의장이라는 이점과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광을 등에 업은 나테크 누리 후보가 우세한 입장이다. 나테크 누리 후보는 전통적 가치의 존중 및 이슬람 율법의 엄격한 집행과 대서방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하타미 후보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지난 92년 보수파와 강경파들의 압력으로 문화부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그는 개인의 자유 및 민주주의와 법에 의한 지배를 표방하고 있다. 그는 라프산자니 대통령과 최근들어 정치적 관심이 부쩍 높아진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3선 연임 금지조항에 묶여 물러나는 라프산자니 대통령은 지난 8년간의 통치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한 국제적 고립으로부터의 탈출과 종교 규범의 완화 정책 등은 혁명후 세대에게는 상당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란 총인구 6천4백만명의 절반은 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 이때문에 젊은 유권자의 성향은 이번 선거의 승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