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선 D-2]「안주인」싸움도 치열

  • 입력 1997년 4월 28일 20시 24분


영국의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의 안주인 자리는 누가 차지할 것인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당 존 메이저총리의 부인 노마(55)와 노동당 토니 블레어당수의 부인 체리(43)의 소리없는 접전 또한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다. 현직 총리부인인 노마는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보수당의 비밀병기로 등장했다. 가정적인 성격으로 꼭 필요한 공식행사 외에는 대중앞에 나서기를 꺼리던 그가 남편을 돕기 위해 선거전에 뛰어든 것이다. 노마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고 손을 흔드는 모습만으로도 득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형적인 현모양처형으로 온화하고 거부감 없는 그의 모습이 사람을 끌기 때문이다. 체리는 노마와는 달리 활동적인 현대여성의 전형이다. 지적이면서 세련되고 강인해 보인다. 현직 변호사로 이번 선거에서도 남편보좌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16세 때 노동당에 입당, 83년 비록 낙선하기는 했지만 하원의원에 출마한 경험도 있다. 벌써부터 미국 빌 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에 비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듯 대조적인 두 사람도 출신배경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노마는 3세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우산장사로 뒷바라지를 해온 편모 밑에서 자랐다. 이 때문에 지금도 노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교원전문대학을 나오긴 했지만 28세에 메이저와 결혼할 때까지 서점점원과 보모로 일했다. 체리도 부모가 모두 배우인 노동자계급 집안 출신이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편모와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그러나 두뇌가 명석해 대학졸업 때와 변호사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현재 연봉이 3억원으로 남편보다 수입이 많다. 최근엔 변호사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법조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부스라는 자신의 성을 고집할 정도로 자존심 또한 강하다. 두 사람의 선거전 가세는 영국정치풍토에서는 새로운 것이다. 누가 다우닝가 10의 안주인이 될 것인지도 궁금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영국에서 「안방정치」가 선을 보일 것인지 또한 관심거리다. 〈런던〓이진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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