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長燁(황장엽)북한노동당비서가 중간체류지인 필리핀을 떠나 마침내 한국에 도착하자 중국은 한마디로 홀가분하다는 분위기다. 20일낮 현재 공식논평은 나오지 않았으나 중국외교부의 한 관리는 이날 『남북관계에 큰 손상없이 다행히 잘 끝났다』고 말했다.
중국은 황비서가 필리핀체류 한달을 넘기고 한국으로 가게 된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韓中(한중)양국이 약속한 필리핀체류 1개월은 한때 필리핀정부가 2주일을 주장, 두나라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측이 필리핀정부를 설득, 1개월 이상을 체류하게 되자 『약속을 지켜줘 고맙다』는 뜻을 전해왔다.
황비서의 망명요청에서 필리핀을 거쳐 한국으로 떠나기까지 중국이 우리측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게 바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이었다. 필리핀체류기간에 대한 중국의 민감한 관심도 한국정부가 황비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태의 발생을 극히 경계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 황비서문제로 북한을 자극, 한반도에 긴장상태가 조성돼서는 안된다는 게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최근까지도 중국은 황비서가 한국에 간 후 기자회견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황비서문제의 처리원칙으로 본인의사 존중, 관련 각측의 입장배려, 국제법과 국제관례, 한반도 안정을 내세워 왔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원칙들이 크게 손상되지 않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내부적으로 대북한관계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적잖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비서의 한국행으로 북한과의 「전통적 혈맹관계」는 희박해지고 보다 사무적인 관계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경〓황의봉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