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서신받은「한국인」은 2명…작년7월 망명뜻 비쳐

  • 입력 1997년 2월 16일 15시 34분


【東京〓李東官특파원】 지난 12일 북경 한국영사관에 망명신청을 한 黃長燁(황장엽)북한노동당 비서와 한국당국을 사전에 연결해 준 「의문의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이 인물에게 자신의 생명을 거꾸로 위협할지도 모르는 서한까지 맡겨 「민족의 장래를 위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심을 전달할 만큼 이들을 황비서가 매우 신뢰하고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6일 본보의 취재결과 이 의문의 인물은 지난 93년경 금강산 개발을 추진했던 M그룹 K회장의 대리인으로 활동했으며 한때 Y대 강사를 지낸 50대 여성 김모씨와 환경관련기업인 C기업을 운영하는 40대의 장모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관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4년 가을 금강산개발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던 M기업 K회장의 부탁을 받고 북경내 북한창구인 여광무역 金德弘(김덕홍)사장과의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황장엽 비서의 직계인 김덕홍을 창구로 교섭을 거듭하던 중 결국 95년10월 황장엽과 김덕홍을 중국 심양에서 만나 금강산개발문제에 관한 본격협상을 시작했다. 김씨는 한국내 재계 및 정계에 두루 발이 넓은 여성으로 권력핵심부와도 선이 닿아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김씨는 우선 착수금조로 30만달러를 김덕홍에게 전달했으나 한국정부의 사업승인이 나지 않은 데다 M그룹의 자금사정 악화로 사업추진은 이해말 일단 중단됐다는 것. 특히 여광무역측은 황비서를 통해 M그룹회장의 방북초청장까지 준비했으나 M그룹측은 약속했던 1백만 달러를 전달하지 못하게 돼 두달여만에 관계는 끊어졌다. 이러던 중 96년초 김씨가 금강산 개발추진과 관련, 김덕홍에게 소개한 인물이 모연구단체를 운영하던 C기업(94년설립)사장 장씨. 김씨와 장씨는 한국내의 전주(錢主)를 끌어 들여 대북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사람은 여러차례의 접촉과정을 통해 활달하고 성실한 인상을 황장엽과 김덕홍에게 심어주었고 특히 김씨는 황으로부터 『앞으로는 당신이 나의 대남(對南)사업창구』란 말까지 들었다는 것. 황비서와 김씨 및 장씨는 주로 김덕홍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아왔으나 작년 7월 이들 두사람과 만난 자리에서 황비서는 처음 망명의사를 비치면서 한국당국에 이 뜻을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은 특히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사위(주체과학원 정치과학연구소장 김청욱)를 부탁한다』고 비장한 결심을 밝혔다. 황비서는 이들 두사람을 통해 망명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말로 전달해서는 진의가 정확히 전달되기 어렵다며 사신(私信)을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덕홍측과의 접촉과정에서 김씨는 또 작년 9월 한국의 권력핵심에 있는 인물을 중국으로 불러 황비서와 면담토록 할 것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핵심인물의 측근이 북경을 찾아와 이들의 망명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황비서가 외국기업들의 대북투자유치 활동에 나서게 된 것은 94년말경 주체사상의 선전을 위해 만든 「국제평화재단」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광무역은 이 재단 산하의 5개 무역회사중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거점인 만큼 자신의 심복인 김덕홍에게 사장을 맡겼다는 것이다. 김덕홍은 김씨 등과의 접촉과정에서 『金正日(김정일)이 있는 한 남북대화고 4자회담이고 이루어질 수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결국 힘을 갖고 있지 않은 황비서가 북한의 체제에 충격을 가하기 위한 비상수단으로 망명을 택하게 됐음을 누누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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