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李圭敏특파원】 뉴욕주재 주요 외국은행들이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에 대해 기존 대출자금을 회수하고 신규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李錫采(이석채)청와대경제수석이 은행이 쓰러져도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직후 시작됐으며 이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은 지점운용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뉴욕소재 한국계 시중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은행 지점중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은행들이 한보사태와 이수석의 발언 이후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 국내은행 지점의 경우 그동안 자금을 공급해 주던 유럽계 은행이 지난달 30일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본점지시라는 이유로 신규자금 공여를 중단한다고 통보해 왔다. 이어 미국계 한 은행도 빌려주었던 1개월이상 기간물에 대해 연장을 해주지 않고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 지점 관계자는 『하루짜리 급전을 구해 매일 매일을 불안하게 넘기고 있다』며 『하루짜리 고금리채는 차입에 한계가 있어 앞으로 1주일 이내에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경우 극한 상황까지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욕 금융시장에서 한국계 은행들이 차입하는 자금의 금리는 런던은행간금리(리보)+0.3%였으나 이번 사태로 리보+0.35∼0.40%까지 올랐다. 그러나 국내은행지점의 한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문제가 아니고 아무리 비싼 이자를 주더라도 자금을 구할 수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