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위권 47개大,영문학「셰익스피어」전공필수 제외

  • 입력 1997년 1월 28일 20시 25분


셰익스피어를 공부하지 않고서도 영문학을 전공할 수 있는가. 우문(愚問)처럼 느껴지는 이 물음을 놓고 미국의 대학가가 시끄럽다. 상당수 대학들이 셰익스피어를 영문학 전공 필수과목에서 빼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전국 대학동창포럼(National Alumni Forum)이 최근 미국의 최상위 종합대와 단과대 70개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중 23개 대학만이 셰익스피어를 영문학 전공 필수과목으로 하고 있고 나머지 47개 대학들은 선택과목으로 놔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보고서는 이같은 경향이 단순히 추세가 아니라 일종의 규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셰익스피어의 14행시나 희곡 한편 읽지 않아도 영문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들 대학은 셰익스피어 대신에 냉철하고 딱딱한 문체의 탐정소설만 읽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대로 가면 영어문화권 국가로서의 미국의 정체성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보고서에 대한 반론들이 쏟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워싱턴 조지타운대의 샌드라 비드스탬교수는 『사회가 진화하듯 학문의 영역도 자연스럽게 진화한다』고 말하고 『과거에는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모르면 학위를 받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어디 그러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허먼 멜빌이나 에밀리 디킨슨도 한 때는 공부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던 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NAF의 제리 마틴회장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와의 회견(27일)에서 이같은 반론들을 일축했다. 그는 공부할 가치도 없는 작가와 작품들이 다양성이라는 미명하에 필수과목으로 채택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동성연애나 여권신장 등을 주제로 한 이들 작품은 일부 의식화된 운동권 교수들의 정치적 의도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李載昊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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