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奇雨기자」 최근들어 미국인들의 식탁이 「성찬」(盛餐)으로 바뀌고 있다. 디너 테이블에 마티니와 기름진 스테이크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고급 시거를 입에 물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밍크 코트를 걸치고 호화 레스토랑을 찾는 부인들의 모습도 낯익은 풍경이 됐다.
외신은 미국인들 사이에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또는 공동체의 시민윤리 등에 얽매여 스스로에게 강요해온 절제되고 검소한 소비생활이 사라지고 대신 다소 퇴폐적인 과소비 및 쾌락주의적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인들의 소비패턴 변화는 한동안 주춤했던 호화 고급용품의 수요 증가에서 읽을 수 있다. 특히 값비싼 모피 수요는 그간 동물애호단체 등의 반대로 구입 자체가 죄악시돼 왔으나 최근들어 판매량이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성향뿐 아니라 성생활의 변화도 감지된다. 미 여성지 마드모아젤 최신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남성의 100%가 「결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성관계를 갖고 싶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더 코드」란 책도 결혼 부담없이 여성을 유혹할 수 있는 「비법」을 모아놓은 것.
고급 시거와 스테이크 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으며 심지어 토끼고기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토끼는 미국인들에게 「길잃은 어린 사슴」만큼이나 애틋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동물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를 식용으로 삼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외신은 이처럼 달라진 풍속도가 적극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베이비 붐 세대나 자유분방한 X세대의 영향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껏 즐기고 마시자」는 풍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사회학자들은 『많은 미국인들이 그동안 모범생처럼 「숨을 죽이고」 살아왔으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고 있다』며 『이제 이들은 흥청망청하는 소비행태에 대해 더이상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