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극/현지표정]양초-포도주 반입…인질끼리 미사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8분


「리마〓李圭敏특파원」 남미 최대의 명절인 성탄절을 맞아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일본대사관저 지붕에는 24일 밤 게릴라들에 의해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고 페루정부는 포도주와 빵 등 미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관저에 들여보내 양측은 숨막히던 대치상태를 잠시 중단했다. 게릴라들이 어떻게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을 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부가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선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이날 밤 국제적십자사는 미사에 쓰일 수백개의 양초에 불을 붙여 대사관저에 갖고 들어갔는데 이 양초들은 전기가 끊겨 암흑상태에 있던 대사관저 실내를 수일간 밝혀줄 수 있을 듯. 또 경찰이 봉쇄하고 있던 대사관저 앞 도로에는 임시무대가 설치되고 4시간동안 대중가수들이 성가대 및 밴드를 동원, 대형 확성기를 통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렀는데 정부측은 인질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 ○…이날 밤 리마시내 곳곳에서는 강한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터져 호텔에 투숙한 외국 관광객과 취재진이 한때 긴장했으나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각종 단체가 주최하는 폭죽놀이중 나온 소리라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져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격. ○…페루정부와 게릴라측이 성탄을 기해 서로 유화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수감중인 게릴라 3명이 비밀리에 해외로 석방됐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일부 언론은 후지모리대통령이 겉으로만 강경하고 속으로는 협상을 하고 있다며 좀더 정직하게 정치를 하라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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