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日대사관 인질극]페루정부,게릴라요구 거부키로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페루 주재 일본대사관 인질사건은 19일(현지시간)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 게릴라들이 인질 4명을 석방하고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이 인질들의 신변안전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가운데 페루 정부와 게릴라들간 협상이 계속됐으나 커다란 상황진전 없이 사흘을 넘겼다. 특히 페루 정부는 20일 투옥된 게릴라 동료들을 인질들과 교환하자는 MRTA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도돼 인질극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게릴라들은 19일 오후 6시(한국시간 20일 오전 8시)께 건강에 문제가 있는 일본인 3명과 페루인 1명 등 4명을 석방했으나 페루정부와 게릴라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적십자사 대변인 스티븐 앤더슨은 이들이 양측간 교섭에 의해 석방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로써 대사관저에 남아있는 인질은 최소한 李元永 한국대사 등 28개국 3백75명으로 모두 남자들이라고 앤더슨 대변인은 말했다. 또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20일 오전 7시) 직전에는 일본대사관 부근에서 총성2발이 들렸으나 인질을 붙잡고 있는 게릴라들과 접촉하려는 기자들을 경고하기 위한것으로 보인다고 페루 TV가 전했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날 빌 金泳三대통령과 클린턴 美대통령 등 9개국 정상에게 서한을 보내 페루 정부는 인질들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면서 이번 사태를 신속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어 이날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급거 페루를 방문한 이케다유키히코(池田行彦) 日本외상과 회담을 갖고 인질의 안전을 가장 중시하면서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페루 정부는 그러나 인질들과 감옥에 있는 동료들을 교환하자는 게릴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현지의 라디오 프로그라마스 델 페루 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페루정부의 이같은 입장이 20일 오전 각료회의에서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인질들은 화장실이 부족하고 몸을 씻을 수는 없지만 비교적 건강한 편이며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고 적십자사 소속 의사인 마르크 코르탈이 밝혔다. 앤더슨 적십자사 대변인은 『대사관 내의 위생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면서 건물안으로 이동식 화장실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