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金昶熙특파원」 오는 98년10월 독일총선의 최대이슈는 역시 경제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5현(五賢)」으로 불리는 저명한 5대 경제연구소들도 내년 실업자가 4백만명을 넘어서고 재정적자 등으로 유럽단일통화(EMU)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암울한 상황에 대한 여야 총리주자들의 처방에는 큰 편차가 있다.
집권 기민당은 현재 4기연속 집권에 다음번 출마까지 유력시되는 헬무트 콜 총리나 황태자로 불리는 볼프강 쇼이블레 원내의장 모두 「국제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정절감 목적의 복지삭감과 소득세 개정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이같이 기업의 신규투자 등 생산의욕이 고취될 때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고 고질적 실업문제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정책기조다.
오는 98년에 심사가 이뤄지는 EMU 가입기준 가운데 「재정적자 3%」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껏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의 사기를 돋워주는 동시에 실업 해소의 큰 몫 역시 기업측에 넘긴다는 복안인 셈이다.
야당인 사민당의 기조는 완전히 다르다. 전형적인 좌파 노선에 따르는 오스카 라퐁텐 당수는 기존의 정부정책을 빈익빈 부익부 노선이라고 비판하면서 부유세 신설, 환경세제의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일반인에 대해서는 감세(減稅)가, 노조에 대해서는 최근 삭감된 병가비(病暇費)의 100% 계속지급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그는 생산의욕의 고취요인을 기업주가 아닌 일반 근로자의 입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그가 가장 자주 쓰는 용어중의 하나가 「재분배(Umverteilung)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야당의 교란요인은 내부에 있다. 유력한 총리후보 경쟁자인 게르하르트 슈뢰더(니더작센주 총리)의 처방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민당 지도자」답게 그는 특히 자동차 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각종 세제개혁 등에 찬성하고 있다. 또 대만으로의 잠수함 판매에도 동의하는 등 집권연정의 경제정책과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역시 명분은 일자리 창출.
따라서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책임공방과 치유책의 경연장이 될 다음 총선은 야당의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책논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유력 후보 2人 ▼==============
▼ 쇼이블레 기민 의장…정세분석 탁월 통독협상 주역
집권 기민당(CDU) 원내의장으로서 명실상부한 당내 제2인자. 54세. 80년대초부터 헬무트 콜 총리의 막료가 되어 교섭단체사무총장 정무장관 내무장관 등 요직을 거쳤고 통독협상의 주역으로 유명하다.
법학박사 변호사출신인 그는 정세분석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 『항상 적수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통일의 완수에 노력했다』는 그의 말대로 상대방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의도했던 목표를 거의 100% 이루는 대단한 협상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다만 통독직후 한 정신병자의 권총저격으로 제4번 척추 아래가 완전히 마비돼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건강문제가 큰 제약요인이나 당내 권력승계서열 1위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으며 만약 콜총리가 연임하면 임기 후반기에 쇼이블레에게 「양위(讓位)」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 라퐁텐 사민당수…노조 옹호하는 대중연설 귀재
현직 사민당(SPD)당수. 53세. 사민당의 중시조격인 빌리 브란트 전총리의 정치적 손자세대 가운데 좌파의 대표적 인물로 당내 최고의 재사(才士)로 꼽힌다. 전통적인 친(親)노조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독일의 나폴레옹」이라는 별명답게 단구에 다부진 모습이며 불같이 토해내는 대중연설은 가히 일품이다. 1년전 전당대회에서 이같은 연설에 도취된 당원들에 의해 전격적으로 당수에 선출되었으나 늘 포퓰리스트(Populist)라는 반갑지 않은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31세에 고향인 자르브뤼켄에서 시장에 당선되고 41세에 자를란트 주총리가 되어 지금까지 현직에 있다. 승승장구 끝에 지난 90년말 통일독일의 첫 총선에서 총리후보까지 되었으나 헬무트 콜총리에게 대패, 한풀 꺾였다. 이 점이 차기 총선의 총리후보로 나서는 데에도 큰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