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비만약 나왔지만…“주사보다 효과 낮아, 대체 아닌 ‘보완’”[바디플랜]

  • 동아닷컴
  • 입력 2026년 3월 19일 10시 58분


경구용 세마글루티드는 주사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낮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구용 세마글루티드는 주사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낮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몇 년 전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비만 치료제는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매주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각국 성인 인구의 약 10%가 주사 공포증을 앓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주사 대신 입으로 먹는 비만 치료제 알약 개발 경쟁을 벌여왔다. 그 결과 일부 제품이 시장에 나왔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GLP-1 ‘먹는 비만약’ 시대 열리나
위고비를 만드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기반 경구 제형은 미국에서 이미 승인돼 사용되고 있으며, 비만 치료 용도로의 적용 확대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미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조만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 약물 모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이다. GLP-1은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음식 섭취를 줄이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임상시험 결과도 긍정적이다.

최고 용량으로 1년간 치료한 결과,
-오르포글리프론 복용자는 평균적으로 체중의 11%를 감량했고,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복용자는 체중이 거의 14% 줄었다.

주사제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주사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먼저 체중 감량 효과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주사제 제프바운드(Zepbound)는 최대 21%의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승인된 다른 주사제도 대부분 경구용 약물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내분비학자인 다니엘 드러커 교수는 “경구용 약물로 두 자릿수 체중 감량 효과를 보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치료법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러커 교수는 GLP-1 기반 치료 개념을 확립한 핵심 연구자로 GLP-1 연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평가된다.

주사제로 개발한 이유 있다
천연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모방하는 최초의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주사제 형태로 개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약물들은 펩타이드(단백질 조각)로 구성돼 있는데, △분자가 커서 소화 효소에 쉽게 분해되고 △장에서 혈액으로 흡수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제약사들은 펜 형태의 주사기를 이용해 약물을 피부 아래 지방층에 직접 투여함으로써,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체내에 흡수되도록 했다.

하지만 펜 형태의 주사제를 만드는 과정이 매우 복잡해 공급 확대에 제약이 있다.

먹는 알약, 한 자릿수 흡수율이 한계
노보 노디스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마글루타이드와 흡수 물질을 결합한 알약을 개발했다.
하지만 경구 제형은 생체이용률(흡수율)이 1~2%에 불과하다. 즉 대부분 약물이 혈류에 도달하지 못하고 배출된다.

그래서 주 1회 소량 투여하는 주사제보다 훨씬 더 높은 용량의 알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

‘소분자 약물’ 개발에 사활
먹는 비만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제약사는 소분자(small molecule) 약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약물은 GLP-1 수용체를 동일하게 자극하면서 장에서 더 잘 흡수된다. 출시를 앞둔 오르포글리프론도 이에 해당한다.

다른 소분자 후보 약물인 알레니글리프론은 2상 임상시험에서 16%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16일 임상 보고서에서 밝혔다.

소분자 약물은 합성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생산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음식물 섭취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하다. 반면 일반 펩타이드 기반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공복에 복용해야 한다.

소분자 약물, 안전성 명확히 입증 안 돼
다만 소분자 약물은 비교적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드러커 교수는 지적한다.

실제로 화이자는 임상시험에서 간 손상 문제가 불거져 GLP-1 소분자 약물 개발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반면 기존 펩타이드 기반 약물은 20년 가까이 사용돼 안전성이 상당 수준 검증됐다.

먹는 비만약, 누가 혜택을 볼 수 있을까?

경구용 GLP-1 약물은 주사제보다 효과가 약하지만, 일부 사람에게는 충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중의 10~15% 감량을 목표로 하거나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할 수 있다.

또한 주사제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후 몸무게를 유지하고 싶을 때 활용 가능하다.

주삿바늘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드러커 교수는 “모든 사람이 주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알약은 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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