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융합학습과학전공 도입…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학습 데이터 과학적으로 분석
에듀테크-학습컨설팅에 도움… 사범대 부전공으로 수강 가능
AI에게 없는 체화된 경험 중요… 지식 습득 넘어 판단력 길러야
서울대 사범대학장을 맡아 ‘융합학습과학전공’을 도입한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교육은 학교를 넘어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이뤄진다”며 “학습과학은 학습과 성장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 교육의 핵심 분야”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학생이 수업을 듣는 장면을 보며 표정과 동작을 읽는다. 어떤 내용을 학습할 때 뇌가 반응하는지, 호르몬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한다. 인간의 학습 방법을 터득해 최적의 학습 환경을 설계하는 법을 배운다.’
이달부터 서울대 사범대에 신설된 ‘융합학습과학전공’에서는 이 같은 수업이 진행된다. ‘몸과 학습’, ‘뇌 마음 학습’, ‘학습 데이터 과학’, ‘학습 설계’ 등으로 기존 사범대에서 볼 수 없던 내용들이다. 학생들은 기존 교직 전공을 유지하면서 부전공이나 복수전공 등으로 수강할 수 있다.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2022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사범대학장을 맡아 융합학습과학전공을 도입했다. 강 교수를 만나 인공지능(AI) 시대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들었다.
―융합학습과학전공을 사범대에 신설한 이유는….
“지난 80년간 서울대 사범대는 학교에서 잘 가르치는 일에 집중했다. 교육은 교사 입장에서는 가르치는 일이지만 학생에게는 배우는 일이다. 학생이 교사의 가르침을 받는 기간은 약 20년이지만 학습과 성장은 평생 계속된다. 특히 AI의 등장으로 교육은 학교를 넘어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가르쳐 왔다. 학습과학은 학습과 성장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 교육의 핵심 분야다. 이런 배경에서 국내 최초로 학습과학연구소와 융합학습과학전공을 신설했다.”
―무엇을 배우나.
“학습과학연구소는 초등학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지, 정서, 신체 데이터를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업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디지털 학습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 과정의 다양한 정보를 분석한다. 또 뇌파 검사 등 신체 반응을 측정해 인지, 정서, 신체가 학습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연구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 현상 자체를 이해하고 최적의 학습 환경을 설계하는 법을 배운다. 획일적인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AI를 활용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전략과 에듀테크 기술도 익힌다.” ―학습과학전공은 누가 배우면 좋은가.
“사범대에 들어왔지만 교사보다는 에듀테크, 학습 컨설팅,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 등에 관심 있는 학생이 전과하거나 기존 교직 전공을 유지하며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학습과학을 배울 수 있다. 교육의 목적이 성장이라는 점에서 사범대가 교사뿐 아니라 학교 밖의 다양한 곳에서 인간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봤다.”
―AI 시대에 교육이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공부 잘한다는 것을 재정의하고 어떤 사람을 기를 것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남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많은 지식을 습득하면 공부 잘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이 차이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교육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힘을 기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AI 시대에 길러야 하는 인재상은….
“인간은 인지, 정서, 신체가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므로 세 요소의 균형을 이룬 사람을 키워야 한다. 특히 머리로 암기한 보편적 지식보다 삶의 경험 속에서 몸을 통해 축적된 체화된 지식이 중요하다.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는 전인적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교권 추락으로 교사 선호가 떨어지는데 AI 시대에 교사가 더 필요한가.
“지식 전달은 AI가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인격적 존재다. 사람됨을 갖춘 교사의 지도 아래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장하는 사회적 경험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교사와 학교를 신뢰하도록 제도와 문화가 개선돼야 한국 교육의 미래도 기대할 수 있다.”
―AI 시대 대학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 30년을 버티던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 대학은 수동적 지식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 그렇게 만든 지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실천가를 양성해야 한다. 교수 역할도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설계자로 전환돼야 한다. AI를 활용한 교육 방법론과 학습과학 연구 또한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대학 입시가 바뀌어야 새로운 교육이 가능할 텐데….
“어떤 학생을 어떻게 뽑는가가 교육의 출발이다.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려면 대입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가 철학과 용기를 가지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서울대 교수 출신의 김성근 포스텍 총장이 도입한 심층 면접(200분)은 고무적이다.”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서울대 스포츠과학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스포츠경영학 박사 △국제올림픽위원회 올림피즘365위원회 위원 △서울대 사범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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