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최대 50년 만기물 채권 등
美-유럽서 73조원 자금 조달 나서
인수합병用 아닌 것으론 최대 규모
美서 184.5조원 매수 주문 쏟아져
일각 “과도한 외부자금, 위험 단계”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쩐의 전쟁’이 과열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이제 채권 시장에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AI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현금을 쏟아붓는 것도 모자라 회사채까지 동원해 가며 AI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아마존은 500억 달러(약 73조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빅테크들의 과도한 외부 자금 조달을 두고 업계에서는 “위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이 미국 달러화 채권 발행을 통해 370억 달러(약 54조1800억 원)를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계획된 유럽 유로화 채권 발행 100억 유로(약 116억 달러)까지 포함하면 총 조달액은 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자금 조달은 미국 기업 채권 발행 사상 네 번째로 큰 규모이며, 인수합병 목적이 아닌 채권 발행으로는 최대 규모다.
달러화 채권 만기는 11종류로 나뉘었는데 가장 만기가 긴 50년물은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도 2년물부터 38년물까지 총 8종류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채권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달러화 채권에 수요가 몰리며 1260억 달러(약 184조5000억 원)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도 대형 기술주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컸다는 얘기다.
아마존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고 있는 AI 인프라 구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올해 자본지출(CAPEX) 규모를 2000억 달러(약 292조8600억 원)로 밝힌 바 있다. 지난해(약 1300억 달러) 대비 50% 이상 지출을 늘리며, AI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구글, 메타, 오픈AI 등 경쟁사들도 각각 최대 1850억 달러, 1350억 달러, 110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채권 발행까지 동원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만큼 AI가 매출을 불러올지 미지수인 데다 외부 자금 의존도가 너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올해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6500억 달러(약 951조9300억 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4100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그레그 젠슨 브리지워터 최고투자책임자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AI 붐으로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외부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더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우려에도 빅테크들은 AI에 대한 투자를 멈출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승자 독식’ 구도를 염두에 둔 빅테크들이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 빅테크 한국지사 관계자는 “AI 경쟁에서는 뒤처지는 대가가 투자 비용보다 더 크다”며 “한발 물러서는 순간 바로 AI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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