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혹독한 환경을 견뎌낸 미생물이 현대인의 난치병인 뇌 질환을 해결할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화학생물연구센터 장재혁·장준필 박사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시스템생물연구센터 강경수 박사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독도 토양에 사는 미생물에서 뇌 염증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물질 ‘독도티오신’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은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질환을 악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는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해 발생하는 신경염증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독도의 자생식물인 땅채송화 뿌리 주변 토양의 미생물에서 찾아냈다. 독도의 강한 해풍과 염분 속에서도 살아남은 미생물 ‘스트렙토마이세스’는 항생제 등 다양한 의약 물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어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연구에서 중요한 미생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이 평소에는 만들지 않던 새로운 물질을 생산하도록 배양 환경을 다양하게 바꾸는 연구 방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이전에는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물질인 독도티오신을 발견하고 이를 분리·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독도티오신은 29개의 원자가 고리 형태로 연결된 매우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구조적 희소성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신약 후보 물질로서의 높은 잠재력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 독창적인 구조가 실제 뇌 신경염증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세포 실험을 결합한 융합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KIST가 자체 개발한 단백질 표적 예측 AI 기술을 통해 독도티오신이 뇌 속 염증 신호를 조절하는 핵심 경로를 차단할 수 있음을 예측했다. 이어 진행된 실제 세포 실험에서 독도티오신은 염증이 유도된 뇌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을 뚜렷하게 완화시켰다.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유해 물질들의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성과는 생명연이 추진해 온 국내 지역 미생물 기반 의약 활성물질 발굴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연구팀은 그동안 울릉도, 제주도 등의 토양 시료들로부터 울릉아마이드, 울릉도린, 제주펩틴 등 국내 지역명을 붙인 다양한 신규 천연물을 발굴해 왔다.
장 박사는 “이번 연구는 독도 토양 미생물이 가진 잠재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신약 개발 효율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AI 기반 단백질 타겟 예측 기술을 통해 독도티오신의 작용 가능 경로를 빠르게 규명할 수 있었다”며 “신물질 발굴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연구 모델을 제시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화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오가닉 레터스(Organic Letters)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는 생명연 및 KIST 주요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창의형융합연구사업, 과기정통부 이공분야기초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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