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대만 키워선 ‘서울대 10개’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9일 04시 30분


이기정 신임 대교협 회장 인터뷰
“학령인구 급감-AI 전환 변화속
거점국립대 중심으로 인프라 공유
대학재정 지원하는 입법 따라주길”

“대학 간 경계를 흐리는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대학 196곳을 하나의 고등교육 공동체로 연결해 지역과 재정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제30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으로 취임한 이기정 한양대 총장(사진)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대교협은 4년제 대학 협의체다. 이 회장 임기는 2028년 2월까지다. 이 회장은 “학령인구 급감, 재정 위기, 지역인재 유출,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변화는 고등교육 전반의 재설계를 요구한다”며 각 대학의 각자도생이 아닌 연대를 강조했다.

취임식 다음 날인 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총장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도 대형 대학과 중소형 대학 간 컨소시엄을 만들어야 지역을 살릴 수 있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AI 시설도 개방해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 기부금을 10만 원까지 세액 공제하는 방안에 대해선 “지역 소규모 대학이 혜택을 못 받을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공동기금 형태로 조성해 재정이 어려운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 대해 “소멸 지역을 살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올린다고 지역이 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에선) 대학 한 곳만 망해도 지역 경제가 무너진다”며 “거점국립대가 중심이 돼 주변 중소 사립대와 인프라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 학점 교류, 공동 학위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 증원분을 모두 비수도권 대학에 배정한 것에 대해 이 회장은 “지역 소멸 원인 중 하나는 의료 문제”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의대 교육은 단순 강의가 아니라 임상실습 여건, 숙련된 지도교수, 충분한 병상과 환자, 검증된 교육과정이 유기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며 정부의 충분한 재정 지원을 당부했다.

올해 4년제 대학 10곳 중 6곳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정부가 법정 인상 한도를 낮춘 상황이라 고정비 상승분을 보전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 회장은 “AI 전환, 융합교육, 글로벌 경쟁력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재정 기반이 취약하면 개별 대학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이어 “초중고에 교부금을 주는 것은 ‘공공재’이기 때문인데, 대학도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 혁신을 이끄는 공공재”라며 “(2030년까지 연장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는 일몰이 없어야 하고 (대학 재정 지원을 위한)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9%에 못 미친다.

#대학#고등교육#재정 위기#대학교육협의회#인공지능#지역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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