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현재 여자프로농구 득점 2위로 하나은행 돌풍을 이끌고 있는 이이지마 사키 모습. WKBL 제공
“팀의 기폭제가 되겠다.”
이이지마 사키(32·일본)는 6월 열린 2025~2026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의 지명을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반년이 지나 이번 시즌 1라운드를 마친 4일 현재 이이지마는 자신의 약속대로 경기당 평균 득점 2위를 달리는 뜨거운 슛감을 자랑하며 시즌 초반 하나은행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 현재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혔던 KB스타즈와 함께 공동 1위(4승 1패)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던 하나은행은 1998년 여자프로농구 출범 이후 한 번도 정규시즌 1위에 오른 적이 없다. 2023~2024시즌을 4위로 마치며 창단 후 처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당시 1위 팀이었던 KB스타즈에 3전 전패로 탈락하며 챔피언결정전 무대는 밟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만년 하위권 팀 이미지를 벗어버릴 태세다. 그 중심에는 공수의 핵으로 활약하는 이이지마가 있다. 2014~2015시즌 일본 간토 지역 기반의 실업 리그 소속의 야마나시에 입단한 이이지마는 구단이 2016~2017시즌부터 W리그로 편입되며 프로 무대를 밟았다. 이후 한 구단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세 차례 팀을 옮기며 8시즌을 보냈다. 2023~2024시즌 아이신에서는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WKBL에서 아시아쿼터제 신설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이이지마는 지난 시즌부터 도입된 아시아쿼터제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BNK의 지명을 받고 WKBL에 데뷔했다. BNK 소속으로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장해 평균 33분 47초를 뛰며 팀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일본 W리그에서 뛰던 2018~2019시즌엔 가로채기 부문 1위를 기록했던 이이지마는 한국 무대에서도 탄탄한 수비력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 가로채기 부문 리그 전체 4위(1.63개)에 오르며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증명했다.
이이지마는 BNK와의 계약이 끝난 뒤 올해 다시 WKBL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 참가해 전체 1순위 지명으로 하나은행에 입단했다. 시즌 개막 전 하나은행 선수단을 찾은 이이지마는 선수들에게 수비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번 시즌 이이지마는 ‘공격수’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이지마는 경기당 득점 19.2점을 기록하며 팀의 주 득점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 기록했던 경기당 평균 득점 9.63보다 10점 가까이 더 많다. 그보다 더 많은 득점을 기록 중인 선수는 21점을 넣고 있는 이해란(22·삼성생명)뿐이다. 이이지마는 3점슛 성공률(43.8%)과 개수(총 14개)에서도 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이이지마는 “전에도 내 ‘공격 본능’을 숨긴 적 없다”며 “하나은행 이적 후 감독님의 지시로 자신 있게 슛을 쏘고 있다. 내 공격 능력을 살릴 수 있게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재밌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민 하나은행 수석 코치와 함께 이이지마의 ‘공격력’을 알아본 이상범 감독은 이이지마의 입단 당시 “이이지마에게 바라는 건 득점”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베테랑 (김)정은이를 대체할 새로운 득점원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이지마가 역할을 해줘야 했다”며 “이이지마는 현재 우리 팀의 ‘제1옵션’ 선수로 공수에서 팀을 이끌고 있는 선수다. 이제 시즌 초반이지만 현재와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시즌 중후반까지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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