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3자리를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정청래 대표 측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친명계에서는 10월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당한 뒤 정 대표 측과 공개적으로 각을 세웠던 유동철 부산 수영 지역위원장과 초선 이건태 의원이 출마할 전망이며, 재선 강득구 의원도 출마를 열어놓고 고민 중이다. 정 대표 측에서는 친명계 대항마로 문정복 조직사무부총장과 임오경 당 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 이성윤 의원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4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최고위원 보궐선거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3선 김정호 의원이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월 중순 이전에 보선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최고위원은 잔여 임기가 6개월 남짓이지만 친명계가 당 지도부 내에서 정 대표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잇달아 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명청 대리전’ 양상으로 보이고 있다. 친명계는 앞선 당 대표 보선에서 박찬대 전 원내대표가 패배한 뒤 사실상 잠행해왔다. 그러다가 4개월 여간의 정 대표 체제에서 개혁 과제 시점이나 속도 등을 두고 당정 간 엇박자가 수 차례 불거지자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는 당 지도부에 친명계가 들어가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보선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이에 정 대표 측도 친명계의 지도부의 진입으로 분란의 소지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선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현재 당 지도부의 선출직은 정 대표 외에 이언주 황명선 최고위원이 남아 있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수영구 올리브영 부산수영로점 옆에서 유동철 수영구 후보 지지유세를 하고 있다. 2024.04.04. 뉴시스친명계에서는 친명계 원내·외 인사 최대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인 유 위원장이 사실상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유 위원장은 앞서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되자 정 대표를 향해 “이유도 명분도 없는 컷오프는 독재”라며 공개적으로 날을 세웠다. 이때 더민주혁신회의도 입장문을 내어 “지난 3년간 이재명이 만들어온 당원 주권 정당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지원 사격했다.
유 위원장은 다음 주 중 출마 관련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을 생각하는 분들이 ‘국민주권 정부를 성공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며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의 가치를 똑같이 하는) ‘1인 1표제’가 시행되면서 지역 대표성이 떨어지는 영남권 인사가 꼭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대장동 변호사’ 출신인 이건태 의원도 다음주 출마 선언이 유력하다. 앞서 이 의원은 사흘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재선에 도전할 경우 사퇴 시한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 대표의 당 대표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풀이됐다.
또 이재명 대표 1기 체제에서 수석사무부총장을 역임한 강득구 의원도 출마를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 강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정 대표가 의도하는 바는 아니지만 (당정) 엇박자가 좀 보인다. 그런 부분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인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03. 뉴시스정 대표 측에서는 출마 후보로 재선인 문 부총장과 임 실장, 그리고 초선 이성윤 의원 등이 거론된다. 모두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정 대표 선거 운동을 초기부터 도운 핵심 측근들이다. 출마설이 나오는 한 의원은 “열심히 일하는 이재명 정부를 잘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김한나 서초갑 지역위원장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본보에 “여성, 청년, 험지를 대변하고 싶어서 고민 중”이라며 “조만간 명확한 입장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