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한국 우주 산업의 허브로 도약한다. 국내 최남단에 위치한 최적의 발사 조건과 2일 준공한 국내 최대 민간 위성제조인프라 ‘한화 제주우주센터’ 등을 기반으로 제주를 우주 클러스터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대전·경남(사천)·전남(고흥)의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에 제주를 포함한 ‘클러스터 3+1’ 체제를 내년 초 정부에 제안할 방침이다.
오 지사는 1일 제주에서 우주항공청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대전(연구개발), 경남(위성제조), 전남(발사체)에 제주의 위성정보 활용 산업 육성을 더해 ‘스페이스 다이아몬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민간 우주 산업을 위성 활용 분야 중심으로 육성하면서 기존 ‘대전-경남-전남’의 삼각 체제 영역을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간 소형(위성)은 우리가 쏘아 올리겠지만 국가 차원의 우주 계획에 관여할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를 발사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보다 발사 조건이 우수하다는 것이 제주도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제주에선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고흥의 2배 수준인 약 30도 발사 방위각 확보가 가능하다. 발사 방위각이 클수록 목표 궤도 선택이 넓어지고 안전·운용·비용 측면에서 유리해져 전체 발사 성공률과 효율이 높아진다.
게다가 국내 최남단인 제주는 적도에서 가장 인접한 데다, 높은 건물이나 이동통신 기지국이 많지 않아 내륙 대비 전파 간섭이 적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발사체나 페어링(위성 덮개) 등의 낙하도 안전하다. 이번에 조성한 한화 제주 우주센터뿐 아니라 기존 국가 위성 운영센터, 한국천문연구원 KVN 전파천문대, 민간 우주 지상국인 컨텍의 제주 지상국 등 우주 관련 국가 기반 시설도 갖추고 있어 우주산업 육성에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이점을 기반으로 위성 개발·제조·발사·관제·영상분석 서비스까지 완벽한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우주 산업 활성화에 따른 지역 경제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도내 7개 우주 기업 및 기관에 근무하는 150여 명 중 약 60%인 89명이 제주 도민이다. 국내 첫 항공우주 분야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된 한림공업고등학교 졸업생 4명이 최근 한화 제주우주센터에 정식 채용되는 등 ‘교육-취업-정주’로 이어지는 지역 인재 양성의 선순환 구조도 자리잡고 있다. 한림공업고등학교는 한림 항공우주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고 우주항공 인재를 길러낸다. 이를 위해 학교 교장으로 우주항공 분야 전문가인 이진승 한화시스템 고문을 영입했다.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한 소형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이 2023년 12월 4일 제주 남쪽 해상에서 국내 최초로 민간 주도로 발사됐다. 한화시스템 제공항공우주분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서귀포시 하원테크노캠퍼스에 준공한 한화 제주우주센터가 본격적인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지사는 “한화 제주우주센터가 본격적인 운영을 하게 되면 협력업체들이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첨단 산업단지로 육성되는 과정에 협력업체들과 함께하게 되면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에서 추진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지상 시스템도 하원테크노캠퍼스에 들어선다. 이와 관련해 오 지사는 “더 많은 위성을 쏘아 올려 관제하고 데이터를 활용하고 체험관광으로까지 이어지는 우주산업의 5가지 가치 산출 체계를 완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는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특례제도 활용·인센티브 제공·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소형(큐브) 위성제조, 지상국 서비스, 친환경 소형발사체, 위성데이터, 우주 체험관광 등 우주산업 5대 가치사슬을 중점 육성하는 것을 우주산업 육성 비전으로 발표했다.
오 지사는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벤치마킹 도시로는 케네디 우주센터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를 꼽았다. 우주산업을 우주 관광 체험과도 연계하겠단 것이다. 오 지사는 “미국 플로리다를 염두에 두고 있다”라며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운영하는 항공우주박물관을 제주도가 직접 운영해 우주 관광 체험을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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