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한양-성균관-강원대 수업
‘형광펜 강조’ 내용 일부 출제” 제기
법무부 “확인중” 징계여부 안밝혀
현직 검사가 일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에게 검사 임관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무부가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의 ‘검찰 실무1’ 과목 수강생 1700여 명은 지난달 2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동시에 기말시험을 치렀다. 이 과목은 로스쿨 졸업생이 검사로 임관되기 위해 거치는 ‘첫 관문’으로 꼽힌다. 검사 임용 시 ‘검찰 실무1’과 ‘검찰 심화’, ‘검찰 실무2’ 등 성적을 일부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치러진 검찰 실무1 성적이 나쁘면 검찰 심화 과목을 아예 수강할 수 없다.
그런데 시험이 종료된 뒤 로스쿨 재학생을 중심으로 “한양대와 성균관대, 강원대 로스쿨에 출강한 검사가 문제를 찍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학교에 출강하던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지난달 기말시험 전에 있었던 ‘공소장 및 불기소장에 기재할 죄명에 관한 예규’ 수업에서 보여준 화면 중 일부가 실제 시험에 출제됐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안 검사가 수업 중 ‘일반물건방화’ 등 특정 죄명이 형광펜으로 강조된 문서 화면을 보여주면서 강의했는데 이 중 일부가 시험에 나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로스쿨 학생은 “3시간 동안 20여 개 죄목에 대해 서술하는 시험이라 시간 안배가 핵심”이라며 “사전에 출제될 죄명을 가르쳐준 건 출제 문제를 가르쳐준 것과 같다”며 항의했다.
이 과목은 현직 검사가 교수를 맡아 로스쿨에 출강해 직접 가르치고, 전국의 수강생이 동시에 같은 시험을 치른다. 전국 단위로 등수가 매겨지는 시험인 만큼 통상 출강에 나서는 검사들이 모든 학교에 공통된 강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전에 강의 내용 등을 협의하고, 문제도 직접 출제한다. 법무연수원은 안 검사가 해당 문항을 직접 출제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법무부는 13일 전국 모든 수강생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교수 간 사전 협의된 범위를 벗어나 수업 중에 음영 등 중요 표시된 죄명이 학생에게 제시됐다”며 “일부 죄명이 실제 시험에 출제됐다”고 밝혔다. 이 시험을 주관한 법무연수원은 안 검사가 출제 문제를 유출한 것이 맞는지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안 검사에 대해 감찰이나 징계 조치를 취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안 검사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사나 판사 임용에 반영되는 실무 수업에 출강한 법조인이 문제를 유출했다는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1년에는 성균관대에 출강한 한 판사가 강의에서 강조한 내용이 재판연구원(로클러크) 선발에 반영되는 ‘형사재판실무’ 기말고사 일부 문항의 논점과 비슷해 논란을 빚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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