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자녀와 함께 아파트 7층에 거주하던 김모 씨는 같은 아파트 10층에 거주하는 장인·장모 집으로 아내를 위장전입시켰다. 주민등록상 김 씨는 자녀가 한 살일 때부터 6년간 부인과 따로 산 것으로 나와 있었지만, 실제로는 함께 살고 있었다. 장인·장모가 아내의 부양가족으로 포함되면서 부양가족 수 점수가 10점 더 높아졌고, 김 씨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 청약에서 가점제로 당첨돼 집을 분양받았다. 부양가족에 주민등록이 분리된 배우자와 그 배우자의 가구원까지 포함된다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부모 소유의 단독주택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던 한 남매는 부모가 소유하고 있는 창고 건물 2동에 각각 거짓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이를 통해 남매는 각각 무주택 가구 구성원으로 청약 자격을 얻었고, 경기 고양시 아파트 청약에서 두 사람 모두 추첨제로 당첨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6월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 40곳 등에 대한 실태 점검 결과, 부정청약 의심 사례 252건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1일 밝혔다.
적발 사례 중에는 위장전입이 245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청약가점을 높이기 위해 부양가족 수를 부풀린 사례가 여럿 적발됐다. 서울에서 부인과 자녀 중 둘째와 함께 거주하던 이모 씨는 인천에 독립해서 살던 34세 첫째 자녀를 서울 본인 집으로 위장전입시켰다. 첫째 자녀를 부양가족에 포함시켜 청약 가점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이 방법으로 이 씨는 경기 파주시 아파트 청약에서 가점제로 당첨됐다.
청약가점은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및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더해 84점이 만점이다. 무주택기간이나 통장 가입기간은 15년 이상이면 만점이 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수록 부양가족수가 많아야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무주택 기간을 늘려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위장 이혼한 사례도 있었다. 남편과 협의 이혼을 한 박모 씨는 실제로는 전 남편 소유 아파트에서 자녀 2명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지만 서류상 무주택자가 됐다. 이후 박 씨와 남편은 같은 컴퓨터를 사용해 각각 32회와 34회 청약했고, 서울 아파트에 당첨됐다. 당첨된 아파트 역시 남편이 박 씨의 금융인증서를 이용해 대리 청약하고 계약도 대신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이 이혼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나온 셈이다. 이런 위장 이혼은 5건 적발됐다.
국가유공자가 자신의 금융인증서와 비밀번호를 다른 이에게 넘겨줘 인천에서 국가유공자 특별공급으로 대리 당첨된 청약자격 불법매매 사례도 적발됐다. 경남 진주에서 분양한 집에 당첨된 뒤 계약금이 없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자 분양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제3자에게 계약금을 받아 시행사와 계약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전매제한 기간(당첨 뒤 3년)을 어긴 불법 전매에 해당한다.
청약가점 오류 등 당첨 기준에 미달한 부적격 당첨 사례 12건은 당첨을 취소한 뒤 예비입주자에게 공급하도록 조치했다. 이 중에서는 주택을 소유한 경우 부양가족에 포함할 수 없는데도 유주택자인 아버지를 부양가족으로 포함시켜 가점을 높인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적발 사례가 경찰 조사 등을 통해 부정청약으로 확정되는 경우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계약 취소(주택 환수) 및 계약금(분양가의 10%) 몰수 △10년간 청약 자격 제한 등의 처벌을 받는다.
국토부는 “지난해 7~12월 390건에서 올해 상반기 252건으로 부정청약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청약 시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 제출을 의무화하면서 부양가족이 실제로 거주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돼 부모가 위장전입하는 사례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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