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오죽하면 청년들이 해외투자…정서적 공감”

  • 뉴시스(신문)

“서학개미, 청년보다 40~50대 비중 높아”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 ‘증권사 영업실태’ 점검 방침
발행어음 ‘심사 중단’ 가능성에…“튀는 행동 안할 것”
“특사경, 금융위와 조율중”…MBK는 이달 제재심

ⓒ뉴시스
외환당국이 고환율의 주범으로 서학개미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를 지목한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오죽하면 청년들이 해외투자 하겠나. 정서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찬진 원장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젊은 층의 해외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는 게 우려스럽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 관련해 “총재 (발언에) 뭐라 말하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청년에 대한 이슈가 아니며 서학개미 인구 분포는 골고루 퍼져있어 오히려 청년 사이즈는 작고 40~50대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저도 해외주식 비중이 1% 정도”라며 “누구 비난하고 이럴 건 아니”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가 환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부 판단에는 문제의식을 같이 했다. 이 원장은 과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그는 “연금이 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기 때문에 연금이 어디로 가느냐가 노출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인식”이라며 “그래서 ‘뉴 프레임워크’를 출범하고 이를 중심으로 환 정책이 진행되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룡이 돼 해외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환 시장에서도 공룡이 돼버렸다”며 “해외투자를 확대하냐 마냐 부분은 그 뒤에 (논의할 문제고), 연금이 환을 결정하는 주류가 돼 버린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수용할 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여러분 급여가 이 시간에도 디스카운트되고 있다는 거에 분노해야 하는데, 여기에 결과적으로 연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논의해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이달부터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적정성을 점검키로 한 방침과 관련해선 “저희에게 부여된 미션”이라면서도 “해외주식 투자와 관련해 규제하겠단 건 전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부 금융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목표로 해외 투자 관련 소비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신용(레버리지)이나 환리스크게 노출됐을 때의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점검하는 취지”라며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고 투자 판단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기획재정부는 정부 부처들과 만나 외환시장 관련 회의를 열고 증권사의 과도한 해외주식 투자 조장 행태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서기로 했는데, 일각에선 정부가 증권사 규제를 통해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를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의 고환율 리스크에 대해서는 “일부 증권사는 외환 익스포저에 많이 노출된 경우 건전성 차원에서 챙길 부분이 있고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이하게 문제가 되는 상황은 데이터상 없어 우려할 상황이 아닐”라며 “일부 보험사는 오히려 이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찬진 원장은 금융위와 대립각을 보인 이슈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우선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확대와 관련해 그는 “금융위원회에서도 민생범죄 쪽은 이견이 없는 거 같고, 자본시장 쪽도 어느 정도 조정이 돼 있는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찬진 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자본시장 특사경도 직접 인지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인지수사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또 불법사금융 등 민생범죄도 특사경을 활용해 직접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다시 한번 이 원장은 “인지수사권이 없어서 2주 이상 딜레이되고 그 사이 증거 인멸되는 걸 봤다. 인지 권한이 없는데 이런 특사경은 처음 봤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위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2주에 한번 위원장과 주요 사안을 논의하고 조율한다”며 “정책 부분은 금융위에서 하는 거고 감독 현장과 관련해서는 금감원이 필드에 있는 모든 영역을 커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존중돼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증권사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해 또 다시 심사 중단을 요청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부분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튀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지난 9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일부 발행어음 신청 증권사들에 대해 심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모든 증권사들에 대한 심사를 지속하기로 결정됐다.

이 원장은 “(논란이 된 금융위원회 회의가) 취임 후 처음 또는 두번째 회의였다. 모 증권사에 대해 명백히 제재 사유가 현실화돼가는 과정에서 심사가 중단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슈가 제가 오기 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그렇게 돼 있다 보니 원칙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정책과 제재는 분리될 수 있고 제재는 엄정하게 하되 인허가 관련한 부분은 정책적인 관점에서 달리 접근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양형 수준이 논의되고 있는 발행어음 신청 증권사에 대해선 “결과가 언제 나올지 저는 알 수 없고 관여하지 않는다”며 “인가 절차와 제재 절차의 분리, 조건부 승인 등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이 부분은 금융위 논의 과정에서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 관련 MBK파트너스자산운용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제재안을 사전통보한 것과 관련해선 “12월 중 제재심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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