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캠 12만대 해킹…사생활 영상이 성착취물로 팔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30일 11시 16분


직장인·자영업자 등 4명 검거…영상 본 3명도 체포

ⓒ뉴시스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 돌봄이나 반려동물 안전 문제로 홈캠(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을 설치하는 가정이 많아진 가운데, 이를 해킹해 찍힌 영상을 해외 사이트에 판 피의자들이 검거됐다. 또 이들이 판 영상을 구매·시청한 3명도 체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홈캠 12만여 대를 해킹한 4명을 검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건으로 검거됐고 공범 관계는 아니다.

무직인 A 씨는 무려 6만3000대의 홈캠을 해킹해 탈취한 영상으로 545개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 이를 해외 사이트에 팔아 3500만 원어치의 가상자산까지 챙겼다.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였던 B 씨는 홈캠 7만 대를 해킹해 648개 성착취물을 제작·판매해 가상자산 1800만 원어치를 챙겼다.

검거 당시 이들의 범죄 수익은 남아 있지 않았다. 경찰은 이에 과세 등 법적 조치를 위해 국세청에 이들의 세무 정보를 요청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만든 영상은 최근 1년간 특정 성착취물 사이트에 게시된 영상의 62%에 달했다. 이 해외 사이트는 다양한 국가 피해자들의 불법 촬영 영상이 올라오는 불법 사이트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C 씨는 홈캠 1만5000대, 직장인 D 씨는 136대를 해킹해 탈취한 영상을 보관 중이었다. 이들은 유포·판매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4명 중 D 씨를 제외한 3명을 구속했다.

최근 홈캠은 인터넷망과 연결해 휴대전화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외부 접속이 차단된 폐쇄회로(CC)TV보다 설치가 간단하고 저렴하지만, 보안에는 더 취약하다. 피의자들도 이 틈을 노렸다. 해킹된 카메라들은 아이디·비밀번호가 단순한 형태였다. 동일 글자의 단순 반복, 숫자나 문자의 순차 배열 등으로 설정된 것이다.

경찰은 피의자 검거와 함께 피해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 장소 58곳에 대해서는 수사관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또는 우편을 통해 피해 사실을 통지하고 비밀번호 변경 등을 안내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전담 경찰관을 지정해 피해 상담, 불법 촬영물 등 성 착취물 삭제·차단 지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연계 등을 도울 방침이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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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에 대해서도 상시 점검 및 엄정 수사한다. 경찰은 홈캠 영상이 유출된 해당 사이트에 대해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접속 차단을 요청했고 외국 법집행기관과 협력해 폐쇄를 추진 중이다.

외국 수사기관과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공조 수사도 벌이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성 착취물을 구매·시청한 3명도 검거해 수사 중이다. 영상물 시청·소지 행위도 중대 범죄로 판단해 적극 수사하겠다는 게 경찰의 방침이다.

경찰청은 IP 카메라 사용자들에게 “경각심을 갖고 접속 비밀번호를 즉시, 정기적으로 변경하는 게 중요하다”며 보안을 당부했다. 보안 수칙으로 8자리 이상·특수문자를 포함한 비밀번호, 최소 6개월에 한 번 이상 비밀번호 변경, 수시 업데이트로 펌웨어 최신 상태 유지 등을 강조했다. 박우현 경찰청 사이버수사심의관은 “IP 카메라 범죄는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고통을 가하는 심각한 범죄인 만큼 적극적 수사로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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