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이 부족했습니다”…층간소음 갈등 풀어낸 아버지의 손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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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아래층 찾아 사과…누리꾼 “정말 멋진 아빠”

층간소음을 사과하기 위해 한 가장이 아이와 함께 적은 사과문. 출처=보배드림
층간소음을 사과하기 위해 한 가장이 아이와 함께 적은 사과문. 출처=보배드림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갈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 가장이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한 사연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누리꾼들은 “본받을 만하다”며 그의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사연을 전한 남성 A 씨는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층간 소음 글이 많이 보여 나도 경험담 한번 적어본다”며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했다.

A 씨는 지난해 3월, 초등학생 두 자녀가 집에 혼자 있는 동안 아래층에 거주하는 할머니가 층간소음을 이유로 직접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말에도 매장을 지키는 자영업자라 집을 자주 비우는 편이었고, 그만큼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려 도시락을 챙기거나 직접 요리를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지만, 여건상 자기 손에서 떠나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3일, 매장에서 일하던 A 씨는 자녀들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1학년인 아들이었는데, 아랫집 할머니가 층간 소음을 문제 삼아 집에 찾아왔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직접 보지 않았더라도 분명 우리 아이들의 잘못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상황을 들은 그는 곧장 집으로 향했고, 아랫집 할머니에게 드릴 음식을 정성스럽게 포장한 뒤 함께 아이들과 사과하기 위해 준비했다.

그는 “아이들의 행동을 대신해 부모가 직접 사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사자인 아이들이 스스로 책임을 느끼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또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반성문을 작성했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건 제 잘못”이라며 이유를 설명했고, 아이들에게도 직접 자필로 사과 글을 쓰도록 했다.

편지에는 “아이들의 연락을 받고 급히 집에 와보니 댁에 계시지 않아 글로써 죄송한 마음을 올린다. 부부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공휴일 없이 일하다 보니 아이들 관리에 소홀했다”며 “최대한 주의를 주고 가르쳤지만 가르침이 부족했다.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면 바로 연락을 달라”는 내용과 함께 자신의 명함도 동봉했다.

이후 할머니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혼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오히려 그들을 격려해 줬다고 한다. A 씨는 “약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큰 갈등 없이 지내고 있다”며 “아이들도 훨씬 조심하게 됐고, 정말 좋은 이웃을 만난 것 같다” 되레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해당 사연이 전해진 뒤 누리꾼들은 “한마디로 정말 멋진 아빠다”, “저런 이웃과 저런 부모만 가득한 세상이라면 얼마나 세상은 훌륭해질까”라는 찬사가 이어졌고, 갈등과 이기적인 다툼이 반복되는 층간소음 문제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해결 방식이란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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