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로수 77%, 낙엽발생 활엽수
가을마다 年 수천t 낙엽치우기 부담
청소차 부족해 대부분 인력에 의존
“골목용 소형 청소장비 도입하고, 퇴비-연료화 등 재처리 체계화해야”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까지 이르는 도로와 인도에는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환경공무관(환경미화원) 2명이 빗자루로 쓸고 손으로 줍는 사이 바람이 불자 나뭇잎이 다시 한가득 떨어졌다.
한 공무관은 “청소차를 쓰기도 하지만 구에 차량이 많지 않다”며 “낙엽철에는 떨어지는 양이 워낙 많아 대부분 사람이 치운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관은 “빨리 치우지 않으면 미끄럼 사고가 나고 민원이 생길 수 있어 바쁘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서울시 낙엽만 연간 수천 t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서울 시내 낙엽 처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로수 대부분이 낙엽이 발생하는 활엽수인 데다 장비는 충분하지 않아 상당 부분을 인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서울 시내에는 1618개 도로에 가로수 29만4688그루가 식재돼 있다. 이 가운데 은행나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느티나무, 벚나무 등 상위 4개 수종이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모두 늦가을 대량의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활엽수다.
양버즘나무는 잎 크기가 얼굴만큼 커 한 그루에서 떨어진 낙엽만으로도 도로가 금세 덮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버즘나무는 낙엽이 많아 민원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했다. 은행나무 잎은 표면에 왁스층(큐티클)이 형성돼 있어 물에 젖으면 미끄럼 위험이 커진다.
나무 한 그루에 연간 10∼20kg의 나뭇잎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그루당 15kg으로 계산하면, 상위 4개 수종에서만 서울 시내에서 연간 약 3400t의 낙엽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서울시 생활폐기물 발생량(약 1만 t)과 비교하면 무게는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낙엽은 가볍고 부피가 커 수거·운반·보관 부담은 훨씬 크다.
그러나 서울시 자치구별 도로청소차 보유 대수는 용산 13대, 송파 12대, 도봉 10대, 서대문·금천 각 4대, 관악 2대 등으로 평균 6.88대 수준에 그친다. 도로청소차는 회전솔과 흡입 장치로 낙엽을 모을 수 있지만 차량이 커 골목길과 이면도로는 인력 의존도가 높다.
그러다 보니 낙엽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고진용 씨(28)는 “비 오는 날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았다가 미끄러질 뻔했다”며 “낙엽 때문에 바닥이 보이지 않아 턱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낙엽이 배수로를 막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가을철 민원의 절반 가까이가 낙엽 관련 내용”이라며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낙엽 처리 해법은… “장비 확충 시급”
낙엽이 재처리를 통해 퇴비 등으로 활용되는 만큼 장비를 확충하고 청소 방식을 개선해 낙엽 수거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부 자치구는 낙엽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종로·강동·성동·노원구 등은 낙엽을 숙성해 농가에 제공한다. 송파구는 은행나무 낙엽 20t을 남이섬으로 보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용산·중랑·광진구 등은 민간업체와 협업해 낙엽을 톱밥 형태로 가공하거나 연료로 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김재현 건국대 산림조경학과 교수는 “청소 차량을 확충해 즉시 수거하고, 골목길에 맞는 소형 청소 장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며 “퇴비화뿐 아니라 연료화 등 재처리 방식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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