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일전쟁 격전지서 실탄 훈련… 다카이치 “中에 주장할건 해야”

  • 동아일보

양국 갈등, 군사대결 양상 비화
中, 서해훈련 중-남-북부로 확대
SNS엔 “전쟁 일어나면” 외침 영상
日, 대만 인근 섬에 미사일 배치키로

중국이 24일 19세기 청일전쟁 당시 일본에 패한 류궁섬 해역에서 실탄 훈련을 벌였다. 중국 국방부는 해군 제47호 호위함대의 주포 발사 훈련 모습도 공개했다. 사진 출처 중국 국방부
중국이 24일 19세기 청일전쟁 당시 일본에 패한 류궁섬 해역에서 실탄 훈련을 벌였다. 중국 국방부는 해군 제47호 호위함대의 주포 발사 훈련 모습도 공개했다. 사진 출처 중국 국방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뒤 중국과 일본의 군사 대결 양상이 뚜렷하다. 중국은 최근 서해에서 지속적으로 군사 훈련을 하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24일에는 19세기 청일전쟁 당시 일본에 패한 류궁(劉公)섬 해역에서 실탄 훈련을 벌였다. 일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이 23일 대만에서 불과 111km 떨어진 최서단 요나구니섬을 전격 시찰한 것에 대한 대응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동하지 않았다. 특히 두 사람은 23일 기념사진 촬영식에서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과의 대화는 열려 있다”면서도 “(일본이)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만 개입 발언을 철회하지 않을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中 청일전쟁 격전지서 실탄 훈련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해사국은 24일 류궁섬 동쪽 해역에서 실탄 사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류궁섬은 1895년 당시 청나라 해군의 주력 함대인 베이양함대가 일본 연합함대와 격전을 벌인 끝에 패한 곳. 이 여파로 일본군은 인근의 보하이(발해)만을 장악했고 전쟁에서도 승리했다.

당시의 아픔을 잊지 않고 일본 측의 군사 도발이 있을 경우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의 공식 관광 사이트에선 류궁섬을 “국치(國恥)를 잊지 말라는 경고의 장소, 민족 부흥을 향한 결의를 모으는 영혼의 성지”라고 소개했다.

중국 당국은 23일부터 12월 7일까지 2주간 보하이만, 서해 북부 일부 해역에서의 군사 훈련을 이유로 선박 등의 출입도 금지했다. 중국은 앞서 17∼19일은 서해 중부 해역, 18∼25일은 서해 남부에서 각각 실탄 사격 훈련을 했다. 서해에서의 군사 훈련 범위도 중부, 남부, 북부 순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 22일 중국 로켓군은 웨이보 등에 “만약 오늘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의 대답은 이것”이라는 한 인민해방군 병사의 외침으로 시작되는 영상을 올렸다. 중국군 훈련 장면, 올 9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열병식 때 공개됐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61’ 등도 함께 등장했다. 이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 지지율 72% 다카이치 “中에 주장할 건 해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3일 대만과 가까운 요나구니섬의 육상자위대 부대를 시찰했다. 이곳에 지대공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뜻도 밝혔다. 사진 출처 고이즈미 방위상 ‘X’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3일 대만과 가까운 요나구니섬의 육상자위대 부대를 시찰했다. 이곳에 지대공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뜻도 밝혔다. 사진 출처 고이즈미 방위상 ‘X’
다카이치 총리는 23일 취재진에게 이번 G20 회의에서 리 총리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며 “이러한 자세를 바탕으로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G20 회의 때 아예 중국어 통역을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부터 리 총리와 대화할 의사가 별로 없었다는 의미다.

24일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72%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올랐다.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의 지지가 굳건한 만큼 그 역시 중국과의 대화나 관계 개선에 덜 절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최대 4, 5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 역시 중국의 압박에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23일 요나구니섬의 육상자위대 주둔지를 시찰하며 “방위 체제 강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 자위대의 부대 배치와 시설 정비, 미일 공동 훈련 등을 꾸준히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나구니섬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와 가깝다.

일본은 향후 이 섬에 지대공미사일 부대를 배치해 적의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또 주민들의 피란 시설 정비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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