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尹, 임성근 수사 제외 지시”… 피의자 12명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2일 01시 40분


채 사망 28개월만에 수사 마무리
“尹 ‘격노’ 후 사건 은폐-축소 의혹
수사 공정성 침해한 권력형 범죄”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 정민영 특검보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1 뉴시스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 정민영 특검보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1 뉴시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21일 외압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총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채 상병이 사망한 지 2년 4개월 만이자,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 지 142일 만이다.

특검은 21일 윤 전 대통령을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용서류무효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이 전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허태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유균혜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이모 국방부 조직총괄담당관도 재판에 넘겼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2025.7.2 뉴스1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2025.7.2 뉴스1
특검은 “윤석열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해 군사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직무수행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공소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 수사 결과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참모진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경찰에 이첩하려던 수사기록을 보류하거나 회수하는 방식으로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은폐 및 축소시키려 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중대한 권력형 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특검은 이달 28일까지인 수사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도피 의혹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처분도 조만간 할 예정이다.

“尹격노로 수사기록 회수-박정훈 대령 입건… 중대 권력형 범죄”
채상병 특검, 피의자 12명 기소
尹, 임성근 경찰 이첩 보고 받고… “이런일로 처벌땐 사단장 누가하나”
‘VIP 격노’ 밝혔지만 영장 9번 기각
구명로비-호주도피 의혹 규명 한계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권한을 침해한 것을 넘어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보복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중대 권력형 범죄 행위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한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명을 재판에 넘기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격노를 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밝히는 등 의혹의 상당 부분을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특검이 청구한 10번의 구속영장 중 9번이나 기각되며 실질적인 수사 성과는 미진했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특검은 향후 수사 만료(이달 28일) 전까지 ‘임성근 구명 로비’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등 남은 과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尹 격노, 허용되지 않는 위법한 지시”

채 상병 특검은 21일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한 것을 비롯해 총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이 출범한 지 142일 만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들의 주거지 등 압수수색, 피의자 및 주요 참고인들을 130회가량 조사한 끝에 약 2년간 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VIP 격노’의 실체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채 상병 사건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국가안보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을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발언한 정황이 드러나며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에 따르면 해당 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이 이 같은 내용을 국방부에 전달했고, 이후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에 사건 처리를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기록이 회수된 정황도 확인됐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은 또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 검찰단이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을 항명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 조사 결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차관회의 도중 윤 전 대통령에게서 “채 해병 사망 사건 이첩에 관한 신속한 대응조치를 취하고 결과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유철환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이 박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를 개시했다. 수사 과정은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2023년 8월 2일 경찰로부터 회수된 사건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맡게 됐고 같은 달 21일 조사본부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 임 전 사단장은 이첩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검은 사건 흐름의 발단이 된 윤 전 대통령의 격노에 대해 “수사의 공정성 및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법한 지시”라고 강조했다.

● 尹 격노 밝혔지만 구속영장 줄기각 한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28일 수사 기간이 종료되는 특검은 이 전 장관 호주 도피 의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방해 의혹, 국가인권위원회 박 대령 긴급구제 신청 기각 사건 등도 처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을 왜 구하려 했는지 규명하려는 구명 로비 의혹의 경우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김장환 목사 등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제대로 된 조사를 못 하고 있다. 특검은 남은 시간 수사력을 집중하고, 수사 기간 종료 이후엔 공판 과정에서 관계자들을 불러 사건의 실체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출범 초기부터 임 전 비서관 등으로부터 “VIP 격노설이 맞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사건의 실체를 밝히며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전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주요 피의자 10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 모두 기각됐다. 또한 김 목사 등 종교계에 대한 과도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밝혀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성과를 내긴 했지만, 법리적으로 얼마나 완성된 수사를 했는지는 공판 과정에서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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