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기타음료 섭취 20% 증가…청소년 가당음료 폭증
에너지음료·스무디, WHO 일일 당류 권고량 초과
한국인 52.2%는 하루 물 섭취량 1L 미만
한국영양학회, 음료 말고 물로 수분 섭취할 것 권고
물을 마시는 여성.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밥 먹을 때도 물 대신 주스를 마셔요”
학부모 박모 씨(45·여·경기 용인시)는 요즘 중학교 1학년 아들의 식습관에 대해 걱정이 많다. 목이 마를 때는 물론이고 밥을 먹을 때도 물 대신 음료수만 찾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많이 먹던 탄산음료 섭취는 줄었지만 대신 주스나 에너지음료를 더 마시고 있다. 박 씨는 “그나마 설탕 제로 음료를 먹이지만 아무래도 물보다는 좋을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주변에선 박 씨와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 뿐 아니라 한국인 전체적으로 음료 섭취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6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 음료 섭취량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크게 증가했다. 2019년 224g에서 2023년 275g으로 약 20% 이상 늘었다. 성별로는 남성(300g)이 여성(247g)보다 더 많이 마시고, 연령대 중에선 30대가 가장 많은 하루 415g 이상을 마시고 있다.
반면 물 섭취량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암웨이가 지난해 11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를 통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00명 중 52.2%가 하루 1L 미만의 물을 마신다고 답했다. 11.3%는 하루 500㎖(약 500g) 미만이었다. 특히 여성(63.5%)은 남성(41.2%)보다 물 섭취 부족 비율이 20% 이상 높았다.
물 대신 음료수 찾는 한국인
당류가 포함된 커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전문가들은 물 섭취 부족이 단순한 생활습관의 문제를 넘어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2024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료류의 경우 1회 제공량당 평균 22g의 당류가 함유되어 있었다. 또 에너지음료의 경우 1캔당 평균 35g의 당류를, 스무디는 1잔당 평균 52g의 당류를 포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당류 섭취 권고량은 50g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청소년층의 음료 섭취 패턴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음료를 마신 사람은 마시지 않은 사람 대비 당을 과잉 섭취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 특히 가당음료 섭취가 높은 아동과 청소년, 20대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졌다. 심각한 점은 음료로 섭취하는 당의 양에서 10대가 모든 연령층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과다한 당류 섭취는 비만뿐 아니라 당뇨병, 치아 질환, 심혈관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가당음료 섭취로 인한 비만이 성인기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학교, 가정에서 가당음료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 부족에 따른 신체 영향은?
국내 생수 브랜드들이 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생수 점유율 1위 브랜드 삼다수수분 부족이 단순한 갈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의학계에 따르면 체내 수분이 1~2%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과 함께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3~4%가 부족하면 구역질과 근육 경련 등 운동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만약 체내 수분의 10% 이상이 소실되면 심각한 탈수증상과 함께 신부전, 심부전 등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는 혈액의 약 90%가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탈수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 피로, 두통, 소화 불량, 피부 건조, 집중력 저하 등이 발생한다. 특히 뇌는 약 80%가 물로 구성되어 있어 소량의 탈수만으로도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기분 변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젊은 남성들의 경우 수분이 부족하면 기억력을 포함한 사고능력이 저하되고 피로감 및 긴장, 불안증이 발생하며, 젊은 여성들의 경우는 기분이 나빠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신체의 수분이 부족하면 이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혈액이 탈수로 인해 농축되면 혈액순환이 저하되고, 혈액을 통해 운반되어야 할 영양소와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 이는 심장에 부담을 주고 전신적인 에너지 부족을 유발한다. 수분 부족은 또한 체온 조절 기능을 저해해 체온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땀으로 분비되는 노폐물의 농도가 진해져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신진대사에 사용되어야 할 필수아미노산의 일부가 고갈되면서 나른하고 늘어지는 느낌이 들고, 궁극적으로는 뇌세포까지 산소와 영양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뇌세포 기능이 떨어진다.
‘물 신뢰도 높여라’… 치열한 품질 경쟁
적절한 수분 보충은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물 섭취 부족은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진 영향도 있다. 관련 업체들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품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생수시장 점유율 1위(올 1분기 기준 약 40%) 업체인 제주삼다수의 경우 수원(水源)을 강조하고 있다. 깊이 2000m에 달하는 제주의 화산암반층을 통과하면서 불순물이 걸러지고 칼슘, 마그네슘, 실리카, 바나듐 등 천연 미네랄이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하수 내 미네랄 함유량은 식품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물에 녹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체내 흡수율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는 113개 수자원 관측망을 통해 수위와 수온, pH 등을 감시한다고 밝혔다.
아이시스(점유율 약 13%)는 경북 청도군 등이 수원지인데 pH 8.0 약알칼리성 물로, 산성화하기 쉬운 몸의 미네랄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백산수(점유율 약 8%)는 백두산 천지에서 약 45㎞의 지하 암반층을 타고 흐른 물을 수원으로 한다는 걸 앞세우고 있다. 백두산의 물이 이곳까지 도달하는 데 약 40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에 자연적으로 정수되고 천연 미네랄을 함유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올바른 물 섭취기준은?
탄산음료에 포함된 과도한 당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그렇다면 정확히 얼마나 물을 마셔야 할까? 그동안 많은 사람이 ‘하루 2L’라는 공식 같은 숫자를 따랐다. 하지만 한국영양학회의 2020년 기준에 따르면 올바른 물 섭취량은 나이, 성별, 생활방식에 따라 다르다. 또 물뿐 아니라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도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25세 남성의 경우 음식으로 하루 약 1400㎖의 수분을 자연스럽게 섭취한다. 따라서 물과 음료 등 액체 형태로는 1200㎖ 정도만 추가로 마시면 된다. 50대 이상의 고령층은 필요한 수분량이 더 적다. 75세 이상 여성의 경우 음식으로 800㎖를 섭취하므로 액체로는 1000㎖만 더 마시면 충분하다. 임산부의 경우 2300㎖,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은 2600㎖의 충분섭취량이 권고되며, 운동량이 많거나 고온의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은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료는 1회 제공량당 평균 22g의 당류가 포함돼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물 음용 횟수는 약 5.4회였으며, 가장 많이 마시는 시점은 식사할 때나 식사 전후(69.3%)였다. 물 섭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77.7%), 실제 실천율은 낮다는 점이 문제다. 응답자의 61.4%가 본인의 물 섭취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물만 과도하게 마시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 번에 많은 물을 마시면 위장에 부담을 줄뿐더러 지나치면 물 중독증(저나트륨혈증)을 초래할 수 있다. 혈액이 묽어지고 체내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 무기력증, 두통, 구역, 경련 등을 겪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양을 천천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영양학회는 총 당류 섭취를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20% 미만, 가당 음료 등에 포함된 첨가당을 10% 미만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수분 섭취를 음료가 아닌 물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인들의 높은 당류 섭취 수준은 단순히 개인의 식습관 문제를 넘어 국가적 보건 정책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들의 가당음료 섭취 증가는 미래 세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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