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現정부 기재부 불신탓 패싱 심해져
정책실장-기재부 조율 기능 약화돼
‘참모’ 경제비서관도 5개월째 공석
올해 6월 6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비서관(오른쪽)의 임명을 발표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최근 한미 관세협상, 10·15 부동산 대책 등 굵직한 경제 이슈에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의 역할이 두드러진 가운데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수석비서관의 존재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현 정부는 출범 직후 기존 경제수석의 명칭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꾸고 하준경 당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를 발탁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인 김 실장과 혁신 주도 성장론을 연구해 온 학자인 하 수석을 이른바 ‘경제라인’으로 배치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취지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후 김 실장이 전면에 나서 주요 경제 이슈를 직접 지휘하면서 정책실장-경제성장수석-경제부처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이자 하 수석의 핵심 참모가 돼야 할 성장경제비서관(옛 경제금융비서관)이 5개월째 공석이다. 경제성장수석 산하 6개 비서관 중 선임으로, 그간 기재부의 정책통 1급 관료가 주로 맡아 온 자리다. 추후 차관 등으로 승진해 복귀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정권 출범 초기엔 서로 가고 싶어 하는 요직으로 꼽힌다. 기재부, 금융위원회 등의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인데 오랫동안 공석이다 보니 기재부 출신이 아닌 인물을 찾느라 적임자를 찾지 못한다는 말도 관가에선 나온다.
결국 현 정권의 기재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에 경제성장수석실이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힘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제 관련 주요 발표 때마다 기재부 ‘패싱’ 논란이 일었다. 한미 관세 협상은 김 실장의 지휘 아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주무를 맡았고, 10·15 부동산 대책은 국토교통부가 주도적으로 발표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는 하 수석의 개인적 특성으로 그가 확실한 영역을 찾지 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직과 민간 경험을 두루 갖춘 김 실장의 조직 장악력이 강한 상황에서 하 수석의 역할이 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하 수석이 금융 전문성이 있지만 김 실장이 금융위 등과 직접 소통하며 일하고 있어 본인 공간이 넓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차례 대선에서 ‘경제 책사’를 맡았던 것을 감안하면 의외로 역할이 크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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