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바람으로 국가에너지 균형을 잡자[기고/한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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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배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에너지 지역상생추진본부장
한영배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에너지 지역상생추진본부장
우리 몸이 균형을 잃으면 병이 나기 십상이듯 자연 생태계나 사회도 불균형이 크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정도 그렇다. 국민경제를 뒷받침하는 에너지 체계가 지나치게 불균형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2023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1714억 달러였다. 전체 수입의 26.7%나 차지했다. 자동차 수출(709억 달러)을 두 배로 늘려도 에너지 수입액을 채우기 어렵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으면 국제 정세에 따라 에너지요금과 물가가 크게 출렁여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도 불안정해진다.

전력의 지역 불균형도 심각하다. 2023년에 수도권 전력 자립률은 66% 수준이고 서울은 11.5%에 불과하다. 불균형을 메우기 위해 충남, 전남 등 해안 지역에서 만든 전력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른다. 이런 방식은 지역민의 반발로 지속하기 어렵다. 대형 발전소를 지을 입지는 갈수록 마땅치 않고, 더욱이 송전탑은 수십 개 마을을 지나야 하니 첩첩 민원에 하 세월이다. 불균형을 외면한 채 지역이기주의라고 탓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발전 설비 대부분은 대형 화력·원자력발전소다. ‘멀더라도 크게 짓고 보내면 된다’는 중앙집중식 공급 방식이 산업화를 이끌긴 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2024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는 약 149GW로, 그중 대형 화석연료 발전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신재생 발전량은 10% 정도에 머물러 있다.

다행스럽게도 전국에서 중소형 태양광·풍력발전소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의 씨앗들이다. 전남 신안군은 ‘햇빛연금’ 제도를 운영해 태양광발전 사업 이익 30%를 지역에 환원한다. 3년 만에 주민에게 100억 원 넘게 돌려줬다. 제주도 역시 풍력발전을 통해 지역 소득을 높였다. 마을주민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단순히 ‘깨끗한 에너지’를 넘어 균형을 잡는 에너지다. 재생에너지가 늘면 화석연료 수입이 줄어 에너지 안보도 단단해진다. 지역 상생과 산업 혁신을 이끌 수 있다. 독일과 덴마크는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을 각각 52%, 59%까지 높였다. 프랑스 일본도 2035년까지 4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 이상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또한 지역 내 전력 거래가 가능한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을 조성해 태양광 등 소규모 발전소 계통 접속을 지원하고 에너지산업 혁신을 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탄소중립의 가장 실용적인 수단이면서 균형 잡힌 국가 에너지 체계를 만드는 길이다. 햇빛과 바람으로 에너지 불균형을 바로잡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에너지 불균형#재생에너지 전환#탄소중립#전력 자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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