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미투자 수익 5대5 배분, 계속해서 문제 제기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7일 21시 57분


“8월에 비서관이 美서 온 문서 보고하며
을사늑약은 저리 가라 할 정도라고 해
美는 한국을 무역-안보 수혜국이라 생각
부담 당연시…수익성 있는 사업 골라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주무를 담당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8월 첫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이 보내온 협상안에 대해 17일 ‘을사늑약’이라고 언급하며 “황당무계한 내용의 일색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측 최초 요구안의 요구 수준이 1905년도 일본과 맺은 을사늑약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불평등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이날 SBS뉴스에 출연해 “당시 산업정책비서관이 ‘미국에서 보낸 문서가 왔다, 을사늑약은 저리 가라 할 정도’라고 얘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토요일이었는데 너무 답답해서 (문서를) 출력하고 다 같이 모여 한번 이야기를 해봤다. 문서 형식, 내용 등이 오죽하면 그런 표현을 했겠나”라며 “무난하게 협상이 타결된 상대국에 대해 뭐라 말할 순 없지만, 그런 정도의 표현이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앞서 김 실장은 14일 이재명 대통령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도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이 보내온 협상안을 두고 “기절초풍이라고 해야 할지, 아주 진짜 말도 안 되는 안이었다”고 회상하며 “아, 올해가 을사년(乙巳年)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번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자료)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담기지 않은 데 대해 “비관세 부분은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가고 농산물 분야가 97.9% 개방돼 있는데, 지금 도저히 추가 개방을 할 수 없는 부분만 남아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유럽연합(EU)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추가 개방을 남아 있는 분야에 대해 집요하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미 투자액이 연간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넘지 않도록 한 데 대해 협상 전략을 묻는 말엔 “8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갈등이 최고조였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런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실도 직접 더 협상에 관여했다. 저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2시간 동안 설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요구가 더 뚜렷해져서 (대미 투자 금액) 3500억 달러(약 510조 원)가 우리 예상대로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현금 투자를 의미한다면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심층적인 분석을 추가로 해서 우리 입장이 강화된 내용을 5페이지 분량으로 보냈다. 통화 스와프 등 외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미국도 굉장히 난감했을 것”이라며 “훨씬 강화된 우리 입장문이 협상 돌파구가 됐다고 본다. 결국 우리가 감내 가능한 기본원칙을 끝까지 관철해 200억 달러 연간 한도 등 양보를 얻어냈다”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미국이 무리한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말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하게 돼 있다”며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미 투자 수익이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에 각각 5대 5의 비율로 배분되는 데 대해선 “우리 입장에서는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우리가 마지막까지 (조정을) 주장했고, 일정 조건하에서 조정할 수 있는 문구도 받아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불균형 속에서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충하기 위한 환경에서 이뤄진 협상이어서 미국은 글로벌 무역환경과 안보 환경 쪽에서 한국을 수혜국이라고 생각하고 수혜국이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있는, 5대 5 배분 걱정이 들지 않을 사업을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용범#정책실장#을사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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