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시흥에서 40년 째 스테인레스스틸 가공 제조업을 해온 한 중소기업 사장이 오전 작업 물량을 처리하고 작업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업체 대표에 따르면 최근 고환율 상황에서 높은 가격에 원자재를 구입한 상태고 원가 부담으로 소매업체에 판매할 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다. 장기간 경기 침체도 한 몫해 구매 수요도 감소와 판매 부진으로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흥=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450원이 넘는 원 달러 ‘고환율’이 뉴노멀이 되면서 수입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도 뛰어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과일, 닭·돼지고기 등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고환율 리스크’가 실물경제 악화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8.17로, 2020년 10월(96.2)보다 43.6% 상승했다. 수입물가지수는 2020년을 기준(100)으로 삼아 물가의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석탄, 원유 및 천연가스, 광산품 등 원재료가 80.4%나 올랐다. 원재료 상승폭은 최종재(18.4%)의 4배가 넘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비철금속 같은 중간재도 39.5% 올랐다. 한국의 수입 중 80% 이상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원재료 값이 5년새 80% 이상 오르자 산업계는 ‘고환율 리스크’가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제조업은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뒤 수출해 이익을 남기는 방식인데,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값 부담이 수출가격 하락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스테인리스 제조 및 임가공 기업인 함경배(63) 제일금속 대표는 “스테인리스 가격이 지속해서 올라 지난해 대비 매출이 30% 정도 하락했다”고 말했다고 우려했다.
오르는 수입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 포인트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0.04%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환율 급등이 앞으로 수입물가에 반영돼 2~4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면 소비자물가 상승 체감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로 환율 변동성도 커진 상태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원 오른 1458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1460.7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순매수에 나서며 그나마 상승 폭을 줄였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환율로 인한 물가 부담을 피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물가 관리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성장률을 끌어 올려 물가상승의 영향을 상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