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91조원 사업… 트럼프家 참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7일 03시 00분


초대형 도시개발 ‘디리야 사업’
NYT “국정운영과 가족사업 융합”
카슈끄지 살해 배후 의혹 빈 살만
18일 訪美에 “돈으로 면죄부” 비판도

인권 탄압 비판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최고 권력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하기로 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기업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이 사우디의 초대형 도시개발 사업 ‘디리야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NYT)의 15일 보도가 나와 이해 상충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사우디와 밀착하며 ‘대통령직을 가족 사업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가족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대통령이 국정 운영과 가족 사업을 융합한 최신 사례”라고 꼬집었다. 현재 사우디는 미국산 F-35 전투기 도입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사우디가 이 전투기를 얻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회사에 대규모 일감을 몰아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우디 왕실 근거지 개발 사업에 참여 전망

사우디 수도 리야드 북서쪽의 디리야는 사우디 왕실의 근거지로 꼽힌다. 왕실에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나 협곡 지대라 교통이 불편해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 사우디 측은 630억 달러(약 91조3500억 원)를 들여 호화 호텔과 쇼핑몰 등을 지을 방침이다.

이를 주도하는 제리 인제릴로 디리야개발 최고경영자(CEO)는 NYT에 “트럼프오거니제이션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5월 사우디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 디리야 개발 현장을 둘러보며 만족해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 다르글로벌의 지아드 엘 차르 CEO 또한 최근 중동 매체 알모니터에 “트럼프오거니제이션과 조만간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은 디리야 내 호텔 등에 ‘트럼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한 뒤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다르글로벌은 트럼프 측과 2대 도시 제다에 트럼프타워를 짓기로 했다. 또 지난해에만 트럼프 측에 라이선스 비용으로 2190만 달러(약 318억 원)를 지불했다. 그 돈의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로 전달된다고 NYT는 전했다.


● ‘돈’으로 ‘카슈끄지 의혹’ 면죄부?

2017년 왕세자에 오른 무함마드 왕세자는 주요 왕족을 대거 숙청하며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그 와중에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던 카슈끄지가 살해됐다.

사우디 측은 부인했지만 2021년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 암살을 직접 승인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인권’을 중시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또한 무함마드 왕세자 측과 냉랭한 관계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섣불리 범행을 단정하면 안 된다”고 무함마드 왕세자 측을 두둔했다. 재집권 후에는 첫 해외 방문지로 사우디를 골랐다.

이번 무함마드 왕세자의 미국 방문은 2018년 3월 이후 약 7년 8개월 만이다. 정식 국가 원수가 아닌 그가 워싱턴을 찾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까지 준비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크다. 야당 민주당은 대통령이 ‘오일머니’에 넘어가 냉혹한 독재자와 협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지위를 활용해 외국 독재 정권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보상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디리야 프로젝트#트럼프오거니제이션#이해 상충 논란#카슈끄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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