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 리버풀에서 열린 연례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기조 연설하는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 2025.11.13.[리버풀=AP/뉴시스]
증세를 둘러싼 영국 집권 노동당의 집안싸움이 총리 사퇴론으로 번지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취임 16개월 만에 지지율 17%를 기록하며 고전 중인 가운데 “총리 교체가 필요하다”는 당내 반란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타머 총리의 측근들이 즉각 “맞서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며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노동당 일각에서 당 대표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계에 퍼졌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선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에 사실상 총리를 바꾸려는 시도다. 이달 26일 발표되는 예산안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거나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패배하면 집단행동에 나서 스타머 총리를 물러나게 한다는 내용의 소문이었다.
이에 스타머 총리 측이 강하게 맞서며 사태가 확산했다. 총리실 참모 일부는 즉각 더타임스, 가디언, 스카이뉴스 등 유력 일간지와 방송에 “노동당은 물론 영국 금융시장과 외교 관계를 흔들어 놓을 매우 무모하고 위험한 시도”라며 “총리는 지도부 교체 시도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웨스 스트리팅 보건복지장관과 샤바나 마흐무드 내무장관이 차기 후보로 거론됐다고 언급했다.
스트리팅 장관은 다음 날 오전 BBC라디오, 스카이뉴스 등에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는 총리를 지지하고 사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총리 측근들이 “자멸적인 정치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타머 총리는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후 12시 하원에서 열린 수요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PMQ)’에서 “내각 구성원에 대한 공격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각 구성원에 대한 어떤 공격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며 노동당은 ‘원팀’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스타머 총리는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해 복지 삭감을 시도했다. 그러나 자칫 중도좌파 유권자를 잃을 수 있다는 당내 반발로 대부분 철회했다. 26일 예산안 공개를 앞두고는 근로계층 증세를 밀어붙여 3일 공개된 여론조시기관 유고브 조사에서 지지율이 17%로 떨어졌다. 지지율 급락으로 내년 5월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자 당내 내분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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