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믿지 말아야… 내년 경제 착시·초양극화”[2026 AI·ICT 산업·기술전망 컨퍼런스]
동아경제
입력 2025-11-12 17:542025년 11월 12일 17시 5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6년 국내외 경제 흐름 및 전망’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올라가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고 해서 실제 체감 경기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12일 열린 ‘2026 AI+ICT 산업·기술전망 컨퍼런스’에서 내년 한국 경제를 평가하는 핵심어로 ‘착시’와 ‘초양극화’를 꼽았다. 수출 호조와 주가 상승이라는 겉보기 지표와 달리, 실질 내수와 산업 구조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회복세가 제한적일 것이라 게 그의 판단이다. 조영무 소장은 20년 넘게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온 경제전문가로 꼽힌다.
● 수출 호조 ‘반도체’ 국한
한국의 3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자동차 부품·석유화학을 살펴보면 상황이 엇갈린다. 반도체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수출 호조를 보이며 전체 성장률을 견인하고 있지만, 자동차 부품과 석유화학은 여전히 부진하다. 조 소장은 “한국 경제 성장률이 반도체 한 품목에 의존하는 구조는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만약 내년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전체 성장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내수 전방위 부진
내수 회복세는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부문,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제한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민간 소비는 정부 지원금 효과로 소폭 증가했지만, 완전한 회복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는 한때 플러스로 전환됐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고, 건설 투자는 마이너스 증가율이 5분기 이상 이어지며 IMF 이후 최장 부진 기록을 경신했다.
조 소장은 기업들이 국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반도체 수출 호조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지역 경제와 자영업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평택과 하이닉스 이천 공장 건설 시 건설 노동자와 설비 하청, 지역 상권까지 경제적 효과가 연결되지만, 최근 국내 투자가 제한되면서 이러한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 통화·재정 정책 효과도 제한적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와 재정 정책 역시 민간 체감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정책금리를 낮추고 환율 변동에 대응했지만, 가계부채 부담과 대출 규제 등으로 실제 자금이 민간 부문에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도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에 전체 예산 대비 56%를 집행했지만, 하반기에는 집행 속도를 늦추며 내수 부양 효과가 제한됐다.
조 소장은 “단순히 금리를 낮추거나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민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기 어렵다”며 “정책 효과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구조와 기업 투자 행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착시-초양극화 경제 판단 기준
조 소장은 내년 한국 경제를 높은 성장률과 주가 속 착시 현상과 초양극화 구조로 정의했다. GDP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은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일부 대기업과 특정 산업에 성과가 편중되면서 경제 체감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 등 일부 대기업 주가 상승이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내수 중심 산업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며 기업 실적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 시장 역시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해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이 급등하는 반면, 다른 지역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 소장은 “한국경제의 회복세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체감경기의 양극화가 뚜렷하다”며 “금리인하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금융·외환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행이 경기를 금리인하로 대응할 정도로 나쁘다고 보지 않는 만큼 내년 성장률은 2%대 수준에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 소장은 “경제 지표만 보고 낙관하거나 특정 기업 성과만 믿고 판단하면 실제 위험을 간과할 수 있다”며 “구조 전환과 신성장 산업 진출 준비가 된 기업에게는 어려운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준비가 부족한 기업에게는 혹독한 현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