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환자에게 커피 금지? “안전하며 재발위험도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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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커피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안전하며 하루 한 잔을 마시면 재발 위험을 39% 낮출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카페인 커피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안전하며 하루 한 잔을 마시면 재발 위험을 39% 낮출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빠르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유발해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흔한 심장 리듬 장애인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A-Fib)을 겪는 사람들에게 카페인 함유 커피가 안전하며, 재발 위험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사들은 심방세동 등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카페인이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커피 섭취를 피하라고 권고해 왔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와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카페인이 든 커피를 하루 한 잔 마신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방세동 재발률이 39% 낮았다고 밝혔다.

심방세동 병력이 있었으나 치료해 현재는 발작 증상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의 효과를 조사한 4년간의 임상시험 결과는 9일(현지 시각) 미국심장협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으며,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JAMA)에도 게재되었다.

UCSF 심장내과 전문의이자 논문 교신 저자인 그레고리 마커스(Gregory Marcus) 교수는 “커피는 심방세동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진 신체 활동량을 높인다”며 “카페인은 이뇨 작용을 해 혈압을 낮추고, 그 결과 심방세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커피에 함유된 여러 성분이 항염증 작용을 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방세동은 최근 비만 증가와 인구 고령화로 함께 늘고 있으며, 평생 3명 중 1명이 겪을 수 있는 질환으로 추정된다.

연구 개요
‘커피를 끊으면 심방세동을 피할 수 있을까?’(Does Eliminating Coffee Avoid Fibrillation?·DECAF) 라고 이름을 붙인 이번 연구는 카페인 커피 섭취와 심방세동의 연관성을 조사한 최초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다.

연구에는 지속성 심방세동 또는 이와 유사한 상태인 심방조동(atrial flutter)을 가진 커피 애호가 200명이 참여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모집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9세, 남성 141명·여성 59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전기충격으로 심장 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전기적 심율동 전환술(electrical cardioversion)을 받을 예정이었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쪽은 6개월 동안 매일 카페인 커피 또는 에스프레소 한 잔 이상을 섭취했으며, 다른 그룹은 커피와 카페인 함유 음료를 완전히 금지했다.

주요 결과
6개월 연구 기간에 111명(56%)이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 재발을 경험했다. 커피를 마신 그룹의 재발률은 47%로, 커피를 마시지 않은 그룹의 64%보다 낮았다. 첫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걸린 기간도 커피 섭취 그룹이 더 길었다.

연구진은 커피를 마신 그룹은 심방세동 및 심방조동 재발 위험이 39% 낮았다고 보고했다. 위험 감소 요인으로는 커피의 항염 효과 외에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다른 건강에 해로운 음료를 덜 섭취하게 되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공동 제1 저자인 크리스토퍼 X. 웡(Christopher X. Wong) 박사(UC샌프란시스코·애들레이드대·로열애들레이드병원)는 “결과가 놀라웠다”며 “의사들은 오랫동안 심방세동 환자에게 커피를 줄이라고 조언했지만, 이번 임상시험은 커피가 단지 안전할 뿐 아니라 오히려 보호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연구의 한계와 시사점
이번 연구는 참가자들의 운동 습관이나 식단의 차이를 추적하지 않았다. 마커스 교수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운동량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현재 심방세동 발작을 겪고 있지 않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마커스 교수는 “부정맥 발작이 진행 중인 사람에겐 카페인이 심박수를 증가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뉴욕 마운트 시나이 퍼스터 심장병원의 심장 전문의 요한나 콘트레라스(Johanna Contreras)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커피가 심방세동을 예방한다는 것보다, 하루 한 잔의 커피가 심방세동을 겪는 사람들에게 해롭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NBC 뉴스에 말했다. 그는 “엄격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카페인에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01/jama.2025.2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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