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北 대화 위해 소통 강화”…시진핑 “양국관계 발전이 시대의 흐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일 16시 54분


李 대통령-시 주석 첫 한중 정상회담
李 대통령 “우리 둘 지방에서부터 국가지도자로 성장”
“최근 중북 고위급 교류 활발, 대북 관여 조건 형성”
시 주석 “중한관계 발전이 시대흐름 순응하는 정확한 선택”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1일 오후 1시간 35분간 진행됐다.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방한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참석해 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참석해 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시 주석이 탑승한 전용 리무진은 이날 오후 3시 35분경 전통 취타대 연주 속에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 도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환영식과 한미 정상회담도 천년미소관에서 진행됐었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이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맞았다. 두 정상 모두 남색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두 정상은 건물 안으로 함께 이동했고, 시 주석은 방명록을 작성했다. 이후 두 정상은 의장대를 함께 사열하고 양측 대표단과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환영식에서 시 주석에게 ‘본비자’ 나무로 만든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선물했다. 시 주석이 바둑을 좋아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준비한 것.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중 정상회담은 오후 3시 50분에 시작해 5시 25분까지 1시간 35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올해 6월 통화한 이후에 직접 만나 뵙기를 참으로 기다려 왔다”며 “과거 APEC이 한중 수교를 촉진하는 소통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경주 APEC 계기로 주석님의 국빈 방한은 더욱 뜻깊다”고 했다. 이어 “현재 한중 간 경제 협력 구조가 수직적인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인 협력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의 호혜적인 협력 관계도 더 발전해 나가야 될 것”이라며 “지방에서부터 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국가지도자로 성장해 왔다는 공동의 경험은 한중 관계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좋은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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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한중 양국이 시대에 발맞춘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역내 평화 안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최근 중북 간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는 등 대북 관여의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양호한 조건을 활용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권력서열 2위인 리창 총리가 평양을 찾아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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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이 대통령의 초청에 응해서 11년 만에 다시 국빈 방한하게 돼서 매우 기쁘다”며 환대와 세심한 준비에 사의를 표했다. 이어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한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수교 33년 이래 양국이 사회 제도와 이데올로기적인 차이를 뛰어넘어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서로의 성공을 도와주면서 공동 번영을 이뤘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언제나 양국 국민들의 근본적인 이익에 부합하고,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정확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다소 소원하다고 평가받았던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이에 화답하듯 “중국 측은 중한관계를 중시하고 대(對)한국 정책에 있어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 측과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을 심화하며 공동 이익을 확대하고 도전에 함께 대응해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자 관계 및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이) 대통령과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 중국 측에선 차이치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왕원타오 상무부장, 탕팡위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책연구실 부주임,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노재헌 주중국대사,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이 자리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양국 정상은 경제 협력 분야에서 7가지 양해각서(MOU) 및 계약서를 체결했다. △실버 경제 분야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추진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 △한국산 감 생과실의 중국 수출 식물 검역 요건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등 6가지의 MOU를 체결하고 △원 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를 교환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크게 경제협력과 한반도 평화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에서는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모토 아래 양국이 직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대한 주제가 하나 채택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이라는 평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의제 협의는 봤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등 측면에서 민감한 현안인 서해 무단 구조물 설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 등도 의제에 올랐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회담의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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